- 스캐닝, “너무 대놓고 쳐다보면 불편해요~” [패션다큐 ⑦]
- 입력 2013. 04.09. 10:25:38
-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최근 여자친구와 길을 걷던 김 모 씨는 이해 못 할 경험을 했다. 바로 마주 오던 여자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던 것. 너무나 노골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 눈빛에서 황당함을 넘어 무례함을 느꼈다. 여자친구에게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종종 그런 일을 겪는다며 별로 신경 쓰지 말라고 넘어갔다.스캐닝이란 이런 여자들만의 소리 없는 싸움을 말한다. 공공장소나 백화점, 길거리와 건널목, 대중교통 등. 약속이 있어 한껏 차려입고 집 밖을 나선 순간, 만화 드래곤볼에서 눈에 스카우터를 낀 손오공과 베지터처럼 서로의 외모와 패션을 평가하는 경쟁이 펼쳐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서울에 사는 이 모 씨는 “남자친구보다 눈썰미 좋은 여자친구들을 만날 때는 평소보다 더 긴장한다”고 말했다. 동창 모임만 앞두면 입을 게 없다는 투정이 부부싸움으로 번지기에 십상인 이유는, 바로 이성보다 동성과 만날 때보다 더 신경 쓰는 여성들의 이런 특징을 반영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여성들 사이에 스캐닝이 꼭 적대적인 행위는 아니다. 남자들은 잘 언급하지 않는 머리 모양과 옷차림 등 서로의 작은 변화를 언급하고, 자신에게 돌아올 칭찬을 순순히 기다리기도 하니까. 한편 젊은 여성들보다 훨씬 거침없는 아주머니들은 좀 더 샅샅이 살펴보거나 혹은 초면에 대놓고 입은 옷이 뭔지 구두는 어디 것이지 묻기도 한다.
이런 스캐닝에 대한 남녀의 이해가 오해를 부르기 쉬운 것이 바로 ‘노출’에 대한 정반대의 태도다. 짧은 치마나 파인 옷들이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는 단순한 발상과 달리, 사실 여성들이 가파른 계단 위에서 펼치는 아슬아슬한 수성전은 바로 동성들 사이에서 훌륭한 몸매를 자랑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다. 여성이 가진 미끈한 종아리는, 남성이 할부로 산 유선형의 스포츠카처럼 오히려 같은 무리 안에서 엄정한 권력이 된다는 것이다.
‘바람의 딸’ 한비야는 그의 저서에서 아랍지방을 여행할 때 히잡을 쓴 것이 오히려 지나친 외모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를 지켜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성 간의 눈총을 피하고자 늘 얼굴까지 가린 망토를 뒤집어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잠깐의 곤란함과 불쾌함을 모면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 다섯 번 기도 드리기는 힘든 법이므로.
빨간 망토 차차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만 거리를 걷기에, 우리는 모두 욕망하는 것이 너무나 많은지도 모른다. 견물생심이란 길을 걷다 갖고 싶었던 가방을 보고 침을 삼킬 수도 있고, 또 흔들거리는 콜라병 같은 몸매에 부시맨처럼 침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비굴하든 혹은 도취했든 이런 태도는 더 어리거나 예쁜 또는 부유한 이 앞에서 곧 힘을 잃기 마련이다. 문득 화창한 봄날 커피숍 테라스에 앉아 있던 남자들끼리 서로 힐난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야 그만 좀 봐라. 너무 대 놓고 훑어본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