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로수길을 점령한 뷰티 팝업스토어, 이대로 괜찮을까?
- 입력 2013. 04.09. 11:50:31
[매경닷컴 MK패션 이예원 기자] 최근 가로수길이 ‘팝업스토어’의 열기로 뜨겁다.
팝업스토어(pop-up store)란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두 달 정도로 짧은 기간 운영되는 임시 상점이다. 웹페이지의 팝업창이 떴다 사라지는 것과 유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소비자들에게 팝업스토어는 한정된 공간에서 브랜드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좋고, 기업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새롭게 출시한 제품을 대중에게 빠르게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일본 화장품 브랜드 S사는 올해 2월 중순부터 지난달까지 7주간 같은 장소에서 ‘피테라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프랑스 브랜드 C사도 3월 5일부터 31일까지 가로수길에 메이크업 제품에 특화된 팝업스토어 ‘처비 라운지’를 선보였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화장품 브랜드 E사가 4월 5일, 6일 15시간동안 가로수길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었다. ‘더블 웨어 파운데이션’에 집중해 신제품 소개와 더불어 신제품 체험존, 메이크업 팁을 배울 수 있는 릴레이 뷰티 클래스 등 이색 볼거리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 가로수길에 오픈됐던 뷰티 팝업 스토어는 대체로 특정 커피숍, 갤러리, 레스토랑 등 장소가 한정적인 편이다. 또한 늘 ‘비슷한 장소’에서 ‘유사한 성격’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팝업스토어가 설치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일반 대중에게 팝업 스토어를 공개하기 전 연예인을 데려와 포토월 행사와 같은 홍보성 이벤트를 진행할 때다.
일단 좁은 가로수길에 유명인들을 데려와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가로수길을 들어 오고 나갈 수 있는 이차선 도로에 연예인이 탑승한 큰 차량이 들어와 길 중간에 세워두면 가로수길을 드나드는 차량이 혼잡을 빚기 때문이다.
또한 가로수길 보도블럭 위에서 쉽게 볼 수 있게 팝업스토어가 오픈된 경우, 연예인을 보러 모여드는 시민들로 보도 블럭이 붐벼 여기서 밀려난 이들이 도로를 침범하게 된다. 이때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
실제 최근 진행된 E사의 팝업스토어 프리 오프닝 데이 포토월 행사 도중 순찰차가 가로수길에 등장했다. 여자 연예인이 타고 온 큰 차량이 가로수길 중간에 세워져 다른 차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연예인을 보러 몰려든 시민들이 도로로 내려오면서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또 다른 문제는 차별성을 잃고 있는 뷰티 팝업스토어의 현실이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게 되면서 많은 뷰티 브랜드들은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너도 나도’ 가로수길에 진출해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이런 팝업스토어는 정해진 짧은 기간 동안 해당 브랜드의 신제품 알리기에 집중돼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았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이라고 해봤자 ‘뷰티 아이템 체험 존’이 마련되거나 ‘뷰티 클래스’, ‘뷰티 컨설팅’ 등으로 차별성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고가의 백화점 브랜드에 호기심이 있었던 소비자들은 한,두 번 호기심에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언제까지나 이런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에 새로움을 느낄 순 없는 법.
따라서 뷰티 업계들은 최근까지 가로수길에서 진행된 팝업스토어를 돌이켜보며 좁은 가로수길만의 매력을 더할 수 있는 또 다른 마케팅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무분별한 ‘홍보’에 초점을 맞춰 가로수길을 어지럽히는 일보다는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안전하고 영리한 마케팅 방안 마련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이예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SK-ll, 티브이데일리 제공, MK패션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