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구두, ‘WHAT I WANT’ 디자이너 오경희 [인터뷰]
입력 2013. 04.09. 14:56:27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지난 3월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 스퀘어에서 열린 박병규 하우앤왓(How And What)의 2013 가을/겨울 패션쇼는 ‘콜드 플레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평소 독특한 액세서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박병규의 이번 행사에는, 거미줄 모양의 부츠와 체인이 감긴 하이힐과 글래디에이터 구두 등이 좁은 런웨이에서 돋보였다. 이번 박병규 쇼에서 구두 작업을 맡았던 이가, 바로 왓아이원트(What I Want)의 디자이너 오경희다.
“작년에 다른 분을 통해서 소개받았고요. 서로 이름이 비슷해서 물어보는 분이 있었어요. 하우앤왓과 왓아이원트를 심지어 같은 곳으로 알고 계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서울 패션위크를 앞두고 박병규 선생님께서 먼저 콘셉트를 보여주시면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게 해 주셨어요”
디자이너 박병규가 그에게 레이디 가가를 보여주며 요구했던 느낌은 바로 ‘페티쉬’였다. 그런 제안에 그는 평소에 표현하지 않던 작업을 하며 더 재미를 느꼈다고. 한편 약 20명에 이르는 모델들은 각자 서로 다른 구두를 착용했다.
“하우앤왓은 옷도 그렇고 또 액세서리까지 잘 갖춰진 걸로 유명하죠. 그래서 정말 쇼를 훨씬 전부터 계획적으로 진행하시더라고요. 저희는 이번 가을/겨울 쇼에 단지 발에 신는 구두 말고, 종아리나 발목에도 착용하는 걸 시도해 봤어요. 또 발목에는 수술 같은 걸 탈부착하고 바꿔 달 수 있게 했어요. 또 아무래도 부츠가 조금 부각이 되면서 전체적으로 함께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이번 서울 패션위크에는 디자이너 박윤정이 구두 디자이너 이겸비와 함께 쇼를 준비했다. 이런 경향은 최근 패션시장에서 구두와 가방 등의 비중과 위상이 많이 올라간 것을 반영한다. 한편 대학 시절 서양화를 전공했던 그가 언제부터 구두 디자인에 뛰어들었을까.
“대학 졸업하자마자 시작했어요. 사실 언제부터 딱 구두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그림 작업을 봐도 제가 구두를 그린 게 몇 개 있더라고요. 어쩌면 드라마 때문인지도 몰라요. 토마토라는 드라마에서 김희선이 구두디자이너로 나왔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구두디자이너란 직업이 있다는 걸 알았죠”
졸업하고 화가의 길을 걷거나 취업을 하는 친구들과 달리, 구두를 배우고 싶었던 그는 당시 배울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따라서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우선 강남에 있는 학원에 다녔다고. 하지만 당시 학원 수업은 구두를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니라, 구두를 보고 그리는 미술 수업 위주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수강생을 통해 그는 성수동에 있는 한 구두공장에 취업했다.
“그때가 대학 졸업하고 26살이었어요. 첫 회사는 보통 멋진 빌딩을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성수동에 있는 가정집을 고친 공장이었어요. 신발 신고 들어가면 한쪽 방에는 디자이너실이 있고, 다른 선생님들이 거실에서 쭈그리고 작업하시는 분위기라 조금 충격을 받았죠. 그런데 재밌었어요. 여러 구두를 다루는 곳이었거든요. 더 좋은 건 디자이너 구두와 파티신발을 함께 했다는 점이에요. 웬만한 디자이너 구두는 다 그곳을 거쳐 갔어요. 발렌시아가 같은 경우는 당시 금강에서 수입하는 제품이었는데 국내 제작도 일부도 있었죠. 또 편안한 단화인 랜드로바 등도 있었고요. 어쨌든 처음부터 다양한 구두를 경험했어요. 환경은 열악했지만 당시만 해도 디자인실을 우대해 주는 공장도 사실 없었거든요. 운이 좋았죠”
그렇게 1년 정도 시간이 지날 무렵, 그가 원하던 ‘최정인’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1세대 수제화 구두 디자이너로 불리는 최정인. 여전히 최정인의 느낌과 감성에 대한 마니아층이 있을 만큼, 대중적이라기보다 좀 더 예술적인 구두를 선보였다. 하지만 당시 극소량으로 고급스러운 구두를 추구한 최정인이 어려워지면서, 그는 첫 성수동 공장에서 인연을 맺었던 지니킴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니킴에서 3년 정도 일했을 때, 계속 유학에 대한 갈등이 들더라고요. 또 이미 구두에 대해 어느 정도 배웠으니까 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래서 회사를 나와서는 전시를 통해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09년에 서촌의 한 카페에서 ‘구두가 활짝 피었습니다’라는 전시를 시작한 게, 지금 왓아이원트까지 오게 된 거에요” 2011년 뉴욕에서 열린 알렉산더 맥퀸의 전시도 바다 건너 옷 구경이던 우리에게 구두 전시는 아직 일반적이지 않다. 하지만 원래 그림을 전공했던 그는 패션쇼처럼 자신의 구두로 전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그의 생각은 2011년 부띠크 모나코 뮤지엄에서 열린 ‘Fashion Meets Furniture'전의 참가와 코엑스에서 열린 웨딩페어의 전시로 이어지고 있다. 윤중로에 만개한 벚꽃처럼 수많은 연인의 결혼철을 맞아 그에게 결혼식 구두에 대해 물었다.
“요즘은 여성들이 결혼 신발이라고 굳이 하얀색을 안 하고요. 일부러 색깔 있는 보라색이나 은색을 선택해 신더라고요. 드레스 가게에 있는 구두가 대체로 투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보통 아주 높은 굽을 생각하시지만 저희는 제일 높은 게 12cm 정도에요. 이번 박병규 쇼는 모두 13cm로 했고요”
매장에는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앞 코가 두툼한 구두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그는 플랫폼이 두꺼운 신발은 남자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바닥이 얇은 하이힐을 신으면 힘든 반면, 대신 앞굽이 있으면 충격이 흡수돼 견딜만하기 때문에 많이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매장 안쪽 공간에는 분홍색 구두 뒤에 잔뜩 꽃이 달리고, 굽은 녹색 사슴 다리처럼 생긴 그의 첫 전시 작품이 있었다. 한편 제품 이름인 왓아이원트와 옷걸이와 로고는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 궁금했다.
“2009년 ‘구두가 활짝 피었습니다’ 전시를 할 때 제품 이름과 로고를 만들었어요. 신발을 제작하면 안쪽 바닥에 찍어야 하니까요. 또 예전 회사에 다닐 때 내가 원하는 구두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왓아이원트라는 이름이 탄생했죠. 로고는 옷걸이와 의자랑 연결된 건데, 옷걸이는 패션, 그리고 고전적인 느낌의 의자가 편안함을 상징하는 합성그림이에요. 이 첫 작품들은 실용성은 없어요. 판매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니까요. 원래 제가 일하던 지니킴이 중간에 위즈위드로 인수됐었어요. 그래서 전시회 이후에는 그 인연으로 위즈위드에서 판매를 시작했죠. 그런데 다행히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처음에는 성수동 공장에서 컴퓨터로 주문을 받던 그에게, 곧 사람들이 사무실로 찾아오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졌다. 그렇게 1년이 지난 2010년 로데오 거리 안쪽 모퉁이에 유럽의 오래된 초콜릿 가게 느낌으로 매장을 열었다. 한편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구두란 어떤 것인지 질문했다. “저희 구두는 매일 일상적으로 신는 것은 아니고. 약간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특별한 날 뭔가 사랑과 행복을 연결 짓는 큐피드 같은 신발이 되길 원해요. 수집욕이 들 만큼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구두. 또 저희 구두를 신는 날은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매장을 연지 4년째. 이재완에 이어 최근 박병규와 패션쇼 협업을 마친 그는 최근 가방을 내놓았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등장과 맞물려 날로 커지는 구두 시장에서, 그는 앞으로의 경력과 작업 방향에 어떤 생각을 고민을 안고 있을까.
“처음 가게를 열 때만 해도 얼마 안 됐으니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또 요즘은 젊은 친구들도 많지만, 당시엔 나름 일찍 제 매장을 시작한 편이었고요. 그렇게 어리고 처음이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러다 3~4년 차가 되니까 이제 여기서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제가 사업적인 부분에 부족한 점이 드러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또 시간이 갈수록 대중성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그런데 판매되는 걸 보면, 이런 게 되나 싶은 게 더 반응이 좋을 때 당혹스러워요. 게다가 요즘 SPA 제품이 너무 저렴하게 만들잖아요. 그래서 살아남으려면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자신의 구두 중, 많은 연예인이 두루 신었던 골드 코인 라인이 가장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왓아이원트의 정체성을 가장 잘 간직하기도 해서, 처음에는 검은색으로 출시됐으나 현재는 밝은 갈색에 이르기까지 소재 등의 변화를 통해 꾸준히 확장해 왔다고. 한편 결혼식장에서 아름답게 차려입은 여성이 자신의 구두를 신고 있을 때 기분이 좋다는 그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구두를 만들며 행복해하는 꿈 많은 소녀 같았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