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대형화 바람에 제2의 명동되나?
입력 2013. 04.10. 00:10:02

[매경닷컴 MK패션 송혜리 기자] 지난 달 홍대 대로변에 오픈한 SPA 브랜드 ‘H&M’의 존재감은 실로 대단했다.
지난(9일) 우박과 비가 내린 흐린 시야에도 불구하고 흰색 외벽의 ‘H&M’ 5층 건물은 홍대 중심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 구 5번 출구, 현 9번 출구와 가깝고 홍대 정문, 그리고 중심가인 주차장 길에서도 한눈에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해 홍대의 개성 있는 이미지와는 낯선 ‘도시적인’ 첫인상을 만들어 버린 것.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홍대는 패션상권이기 보다는 공연과 전시가 목적이 되는 공간이었다. 이후 서울의 핫스팟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패션 브랜드들의 매장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내수 브랜드의 소규모 매장이나 마니아 층이 선호하는 해외 브랜드 ‘아메리칸 어패럴’만이 홍대에 자리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하나둘 시작된 거대 패션브랜드들의 매장 오픈은 이곳의 변화를 예감케 했으며, 이번 ‘H&M’의 등장은 홍대상권 볼륨화에 방점을 찍었다.

2010년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가 대형 쇼핑몰, 백화점 위주의 유통망을 확장, 가두점 공략의 상징적인 의미로 홍대에 자리를 틀었다. 홍대에서도 가장 스타일리시하다는 패션피플의 밀집지역이자 주말마다 다양한 공연과 플리마켓이 열리는 놀이터 근처로 입지선정에 꽤나 공을 들인 모양이었지만 대형 쇼핑몰은 이곳 특유의 개성 넘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라는 평이었다. 하지만 이런 터줏대감들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 브랜드를 시작으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대형 가두점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해 현재 ‘에뛰드’, ‘네이처 리퍼블릭’ 등이 주차장 길 중심가를 장악했다. 게다가 현재 ‘크로우 피어싱’이 있던 사거리 건물마저 신축공사에 들어간 상황. 여세를 몰아 지난해 10월에는 신성통상의 야심찬 SPA 브랜드 ‘탑텐’도 수 노래방 앞길에 안착했으며, 다양한 편집숍들도 3층 높이로 매장을 구성하는 등 이곳의 얼굴을 새로 만들고 있다.
홍대정문에서 극동 방송국 쪽으로 향하는 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09년부터 ‘유니클로’, ‘코데즈 컴바인’, ‘플라스틱 아일랜드’ 등의 단독 매장이 들어서더니 지난해 ‘갭’이 명동에 이어 두 번째로 대형 전문점을 오픈했다. 덕분에 극동방송국 가기 바로 전 스카골목까지의 길은 여느 도심의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상권만큼이나 정비가 잘 돼있다. 게다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도 홍대 상권에 물색 중이라고 하니, 음반가게 레코드 포럼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노점을 구경하던 옛 정취는 이제 추억 속으로 묻어 두는 것이 당연해졌다.

소소한 개인숍으로 홍대 스타일을 만들어 내던 이곳에 이렇게 SPA, 화장품 브랜드들의 대형 매장이 들어선 데는 유명장소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천정부지로 오른 땅값, 그리고 SPA 브랜드의 토탈숍 형태를 기반으로 한 매장 대형화와 대형매장의 편리함을 선호하는 소비자, 마지막으로 해외 관광객이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람이 몰리고 해외 관광객이 선호하는 이곳에 대형 매장을 확보해 매출을 올리고자 하는 브랜드 전략의 화살이 이곳으로 향하자 콧대 높아진 건물주가 부르는 자릿세를 감당할 수 없는 개인숍들은 홍대를 하나둘씩 떠나게 됐다. 일례로 이곳의 땅값 상승은 2012년 리치몬드 제과점이 치솟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이곳을 떠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보증금과 월세를 두 배로 올려달라는 요구에 30년간 자리했던 곳을 떠난 이 업체에 이어 홍대 명물 레코드 포럼 또한 자리를 이전해 소상인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자릿세가 상승했음을 시사했다.
이렇듯 이곳이 거대 패션상권으로 탈바꿈하고는 있지만 다양한 개성이 인정되는 열린 공간, 문화의 멜팅스팟으로써 홍대의 상징적인 의미는 여전하다. 이에 이곳의 변화를 지켜본 사람들은 더욱더 옛 홍대를 그리워한다. ‘홍대’이기 때문에, 홍대의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곳이 상권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한국 현대 문화의 산실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마치 고유의 정취가 있는 태국 카오산 거리를 많은 여행사들이 우리에게 ‘추천 여행지’로 꼽는 것 처럼.
[매경닷컴 MK패션 송혜리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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