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하면 압니다~” 거짓말도 보여요, 사이버 화장술
입력 2013. 04.10. 10:47:26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몇 년 전 동남아에 방문한 이 모 씨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화가인 그의 작업을 좋아하는 현지 재벌의 집에 초대받아 갔던 곳에서 독특한 문화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은 매일 저택에서 계속되는 작지만 화려한 파티가 반드시 촬영된 후 현지 잡지로 소개된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가 집을 어떻게 꾸몄다. 혹은 어떤 자리에 유명인 누가 참석했다’는 정보는 가끔 접해왔지만, 돈 많은 이들의 시시콜콜한 모임과 집안 모습이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문화가 한편으로는 ‘신분’을 상징함을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랑’이 최소한 물적 토대에 근거한 반면,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한 각종 SNS는 평범한 사람들의 허영심을 북돋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아기 사진관을 불사하는 유부녀 유부남들과 달리,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클럽 나들이 그리고 호텔방 투숙 등의 행사에는 실시간 “좋아요”라는 추임새를 넣기에 바쁘다. 한편 최근 이태원을 방문한 김 모 씨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접시가 나올 때마다 일행이 하도 사진을 찍어대는 통에, 차라리 메뉴판을 그들 사진으로 교체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텔레그래프지는 영국 여성 4명 중 1명이 페이스북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한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서울에 사는 허 모 씨는 “조금 가식적일지라도 자신을 미화한 모습을 올리며 느끼는 위로감이 있다”며 “평소 애인도 직업도 마땅치 않은 내가 화려한 지인들의 삶을 접할 때 가끔 우울한 기분이 들곤 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한편 이런 결과에 대해 일산에 사는 황 모 씨는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은 좋지만, 모든 비극은 자랑을 늘어놓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간직한다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한편 이렇게 주로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을 꾸미는 ‘사이버 화장술’에 대해, 오히려 이를 통해 그 사람의 내면을 더 깊이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선배의 소개로 소개팅을 했던 유 모 씨는 “소개팅 이후 상대방을 알고 싶어 싸이월드를 찾았다가, 온통 그의 얼굴로 도배된 사진첩에 깜짝 놀랐다”며 “데이트 내내 자기 이야기만 하던 상대방에게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됐다”고 밝혀, SNS를 참고한 것이 이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고백했다.
1883년 미국 방문 후 첫인상을 묻는 말에, 영국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외모는 눈을 멀게 하지만 말은 그 사람을 드러나게 한다”는 짤막한 논평을 남겼다. 따라서 ‘신상털기’ 같은 목적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누군가를 살펴보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본 모습을 파악하기 더 쉬울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또 누구와 친한지 혹은 어떤 말을 했는지를 기록을 통해 더 심도 있게 판단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말보다 글 또 글보다 행동’이라는 옛말처럼,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과 위로 등 다양한 이면을 가진 사이버 소통이 앞으로 어디를 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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