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단’, “아트 안에 브랜드 있다!”
입력 2013. 04.10. 23:46:51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기자] 대중과 아트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두고 마주보고 서있다. 그 경계선에 패션이 놓이면서 대중과 아트의 거리 두기는 오랜 관습을 깨고 서로를 향한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안무가 안성수와 아트디렉터 정구호의 공동작업으로 무대에 올려진 국립현대무용단의 ‘단(壇)’은 아트와 대중이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조우할 수 있는지 정확한 거리 계산에 성공한 공연이다. 아트디렉터 정구호는 대중과 아트가 서로를 항해 시선을 던질 수 있는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해 대중에게 아트가 동경의 대상이 아닌 마주할 수 있는 현실임을 보여주었다.
현대무용은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로지 음악과 무용가의 몸짓에 의존해 심연의 의미를 읽어내야 하기에 관중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안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이 같은 피로감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총 3막 3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인간의 신분, 종교, 권력 등의 상징의 의미로서 ‘단’을 공연의 제목이자 주제, 오브제로 활용, 인간의 내면, 외면의 심리적 변화와 갈등을 묘사하고 이런 갈등 속에서 중립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놀라운 점은 무용수, 음악, 조명 등 장치들이 이미지로 존재하는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해냈다는 것이다. 아트디렉터 정구호가 “나의 역할은 상상을 디자인해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었다”고 밝힌 것처럼, 무용에 시각적 완성도를 더해줌과 동시에 대중이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시각화 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작품의 완성도에서 한발 빠져나오면, 디자이너 정구호의 모던 아방가르드 브랜드 ‘구호’가 보인다. 블랙을 메인으로 화이트, 레드, 그린의 정제된 배치는 그 동안 ‘구호’가 지향해온 ‘미니멀리즘’을 드라마틱하게 드러내고, 무용수의 동작에 힘과 미적 요소를 배가시킨 선의 흐름은 ‘구호’의 상징적 요소인 ‘아방가르드’를 리드미컬하게 부각시켜 주고 있다.
‘단’이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정구호가 ‘구호’를 통해 표현해온 미니멀리즘과 아방가르드가 이번 공연과 완벽하게 합일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합일은 대중과 관습적으로 거리 두기를 해온 아트가 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고 있기도 하다.
브랜드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아트와의 작위적인 조합에 몰두해 있는 순간, 굳이 ‘구호’를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단’은 아트와 브랜드의 의미 있는 조합을 시각적으로 호소했다.
마지막 3막은 관중에게 두뇌와 가슴을 통해 쉼 없이 감정의 동요를 자극하고 막이 내린 순간까지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한동안 멍하게 자리에 앉아있을 수 밖에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
끊임없이 무용에 몰두해온 아트디렉터 정구호는 이번 공연 ‘단’을 통해 그 동안 행보에 의미 있는 자취를 남겼다. 그리고 대중은 정구호를 통해 무용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한발 앞으로 나갔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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