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것과 큰 것의 조화, 그게 요즘 트렌드예요 [인터뷰]
입력 2013. 04.12. 00:24:08
[매경닷컴 MK패션 송혜리 기자] 홍은주는 젊었다.
1999년 파리에서 돌아와 올해까지 26번이나 런웨이에 옷을 올렸지만 여전히 그는 ‘잇’한 것에 눈길이 가고,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챙겨보며 펑크한 액세서리를 착용한다.
“시대적 흐름을 읽는 창은 언제나 열어두려고 해요. 그 창이 홍대나 가로수길의 스트리트 패션이 되기도 하고, 예술 영화나 연극이 되기도 하죠. 트렌디한 음악이 흐르는 클럽에서 영감을 받아 스케치를 할 때도 있고 인터넷 쇼핑몰도 굉장히 유심히 봐요.”
독특하면서도 웨어러블한 ‘엔쥬반’의 옷들과 그의 말이 오버랩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트렌디한 현상들에 관심이 많은 홍은주는 문화수용에 편견이 없다. 특히 가요프로그램도 즐겨 본다는 대답에 넌지시 ‘어떤 가수를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말은 의외였다.
“새로 나온 그룹과 그 멤버들을 눈여겨보는 편이에요. 요즘은 ‘틴탑’과 ‘디유닛’이 좋더라고요. ‘디유닛’의 유니섹스 힙합스타일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여성미와 남성미가 공존하는 중성적인 이미지에 눈길이 가는 편이라서요.”
연예인들과 콜라보레이션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패션업계라 ‘디유닛’과 협업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하면 좋죠”라고 대답한다. “주로 여성 옷을 만들지만 가끔 남성 옷들을 선보일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건 남성복이 아니라 여성복을 남성모델에게 입히는 거예요. 그런 유니섹스 이미지의 제 옷들이 그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나와 다른 것을 색안경으로 보지 않는 태도는 중견 디자이너들에게도 정말 중요한 원천이라 강조하는 그는 이제 막 첫 번째 쇼를 세우는 신인디자이너의 그것처럼 여전히 젊고 스타일리시했다. 1999년, 시장에서 티셔츠를 사다가 손바느질로 리폼하고, 피아노 커버를 장식으로 달고, 하얀 고무신을 모델에게 신겨 런웨이에 올렸다는 그의 첫 쇼를 보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결국 옷은 사람 사는 것과 연결돼 있어요. 지금 일어나는 사회현상을 놓치게 되면 자기 혼자만 좋아하는 옷을 만들게 되죠. 너무 트렌디한 것만 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사와 옷도 연결이 돼야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때문에 홍은주는 자신의 패션이 ‘생활’에서 나온다고 정의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사고방식과 트렌디한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제 삶과 옷은 떼어놓을 수 없기에 생활에서 옷 때문에 불편해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옷 싫어해요. 자연스럽게 활동하기 편하고 거부감 없지만 남들이 다 입는 옷은 아닌, 어딘가 독특한 구석이 있는 그런 옷을 만들려고 하죠.”
이런 패션 철학처럼 이번 2013 F/W ‘엔쥬반’의 옷들 역시 입기에 ‘자연스러운’ 작품으로 가득했다. 겨울이 갈수록 추워지고 있어 겹쳐 입기 즉 ’수퍼포지션 볼륨‘을 주제로 삼았다는 그의 말처럼 여유로운 실루엣의 코트, 보머재킷과 패딩 집업점퍼, 패딩 베스트를 비롯해 집업, 드로스트링 등을 핸드 메이드로 작업한 자수 장식이 돋보이는 아이템과 믹스 매치한 흥미로운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홍은주는 인터뷰 내내 ‘자연스럽다’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자신의 작업으로 시대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기 보다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자연스러운 것에 디자인적 위트를 더한 것이 엔쥬반의 옷이라며 동그란 안경사이로 웃었다. “요즘은 날렵한 것과 큰 것의 조화가 시대의 흐름이에요. 그런 것을 저의 감성으로 변형해서 보여주는 거죠. 자연스러우면서 새로운 그런 거요.”
[매경닷컴 MK패션 송혜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송선미 기자, MK패션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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