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롭트 톱’ 소녀와 여자의 경계
- 입력 2013. 04.15. 08:57:08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나이답지 않게 도발적인 영화 ‘롤리타’의 주인공 소녀는 성장발육이 덜 된 깡마른 몸매에도 스스럼없이 노출을 즐긴다. 특히 배를 훤히 드러낸 ‘크롭트 톱’은 지금의 ‘롤리타 콤플렉스’에 힘을 보탠 발칙한 장본인이 아닐까.
30대 후반의 남자가 열두 살 소녀에게 첫눈에 반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1962년 개봉 후 1997년 리메이크될 정도로 신드롬 일으켰다. 1960년대, 패션계에서도 멜빵, 가슴이 작게 보이는 상의, 미니스커트 등의 여성스럽지만 어딘가 어수룩한 소녀풍의 ‘롤리타 룩’이 유행했다.롤리타 룩의 대표 아이템인 크롭트 톱은 ‘베어내다’라는 뜻 그대로 짧게 잘린 상의를 지칭한다. 볼륨감 없이 납작한 상체에 잘 어울리는 크롭트 톱은 어린아이의 노출을 보는 듯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주범이었다.
2013년 버전으로 돌아온 크롭트 톱은 소녀의 매력을 담은 이전과 달리 올 시즌은 고혹적인 여인상을 그리고 있다.
'로에베'는 2013 S/S시즌 컬렉션에서 크롭트 톱을 미디스커트와 매치해 한층 원숙한 여인의 향기를 풍겼다. 특히 가죽, 레이스, 시스루 등의 다양한 소재와 접목한 크롭트 톱은 화려한 매력이 살아났다.
팜프파탈 소녀를 떠올리게 했던 롤리타 룩은 '돌체앤가바나'와 만나 퇴폐미를 청산하고, 톡톡 튀는 컬러와 스트라이프 패턴이 조화된, 해변을 뛰놀 것 같은 소녀의 바캉스 룩으로 재탄생했다.
여기에 톤 다운된 두꺼운 헤어밴드와 볼드한 귀걸이를 매치해 걸리시 무드를 더했다. 한편 크롭트 톱을 착용한 모델들이 단체로 런웨이를 점령해 이번 시즌을 뜨겁게 달굴 짤막한 상의의 위엄을 과시했다.
이를 리얼웨이 룩으로 연출한 할리우드 스타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하이웨이스트 펜슬 스커트와 매치해 깍쟁이처럼 속살을 드러냈다.
아이 같은 얼굴에 섹시한 눈빛을 가진 셀레나 고메즈는 활짝 핀 꽃무늬의 브라렛에 가까운 톱으로 화려한 패션을 연출했다. 그가 보여준 것처럼 가슴선 아래에서 잘리는 크롭트 톱은 허리선을 높게 올린 하의를 매치해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4일(현지시각) MTV 영화 시상식에 참석한 방년 16세 카일리 제너는 살짝 배를 드러낸 화이트 투피스로 소녀 답지 않은 관능미를 풍겼다. 사실 크롭트 톱처럼 애매한 길이의 옷을 입을 때는 실루엣을 살려주는 것이 포인트인데 타이트한 스커트를 매치하는 기본기도 잊지 않았다.
귀여운 외모와 독특한 패션으로 사랑받는 케이티 페리는 블루, 옐로 물감을 흩뿌린 것 같은 투피스로 상체를 시원스럽게 드러내 케이티 페리표 크롭트 스타일을 완성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 AP뉴시스, 영화 ‘롤리타’ 스틸컷, 돌체앤가바나, 로에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