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가 많으면 흥한다?”
- 입력 2013. 04.15. 13:59:27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기자]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조금 비껴나 있는 패션업계는 디자인의 한정된 범위이기는 하나 여성 간부들이 유독 많은 분야이다. 디자인을 제외한 사업총괄이나 영업, 마케팅 등 기타 부서는 여전히 남성들이 간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패션기업의 핵심 부서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부문에 있어서 만큼은 여성상위시대가 아직 건재하다.그래서인지 “여성이 창의의 경쟁력”이라는 구호가 패션업계에서는 “남성이 변화의 원동력”으로 탈바꿈하는 드라마틱한 역행구조를 띠게 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인용한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한 명의 여성 디렉터를 가진 회사의 경우 남성 디렉터들만 있는 회사에 비해 파산 위기가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남성중심 조직에서 여성 디렉터들이 회사의 위기 대처 능력을 키우는 직간접적인 성장 효과가 크다는 것이 수치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올리브TV 마스터쉐프코리아 심사위원이기도 한 노희영 CJ 브랜드 전략 고문은 남성중심 조직에서 변화를 이끄는 대표적 한국 여성임원으로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CJ제일제당, CJ푸드빌은 노희영 전략 고문이 영입된 이후 브랜드 별 대외 이미지가 상승하며 진보적인 기업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돼가고 있다.
그러나 패션업계에서 디자이너 부문만큼은 남성과 여성의 위치와 역할이 뒤바뀐다. 영화에서 무용까지 전 분야를 섭렵하고 있는 제일모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남성 디렉터들은 변화의 전환점마다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우종완, 홀하우스 대표 김성민 등이 디렉터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90년대 후반은 새로운 변화가 다양하게 시도된 로컬 캐주얼 패션의 전성기로 기록되고 있다. 또한 현재는 남성복 부문이 디렉터 또는 간부급 디자이너들의 두드러진 활동으로 ‘다각화를 통한 성장’이라는 변화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는 여성이 가진 업무적 한계에 대한 지적보다는 ‘관례상’이라는 관념을 뒤집는 시각 변화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여성은 감성이, 남성은 이성이 앞선다는 것이 통상적 시각이다. 그런데 이 같은 통상적 시각이 잘 조율되면 비즈니스에서 높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디자이너로서 남성은 이성에 감성을 더해 사업적 맥락에서 브랜드를 운용하는 반면, 여성은 제품의 완성도 즉 디테일 측면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따라서 남성 디렉터급 디자이너들에 대한 기업이나 업계의 로망은 현재의 난국을 해쳐나갈 수 있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함을 자각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패션업계는 디자이너 인프라 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 거시적 관점과 실무를 겸비한 디렉터급 디자이너 부재로 인해 심각한 경쟁력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성과 남성을 논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균형의 미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