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정치 ‘옷, 정치를 담다’
입력 2013. 04.17. 08:46:32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더는 핏대 세우지 말자.
지난해 미국 대선을 앞둔 팝가수 케이티 페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찍은 투표용지 디자인의 옷과 민주당의 ‘앞으로(Forward)’ 슬로건이 박힌 블루 원피스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투표하세요’라고 소리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슬로건 패션’은 영국의 윤리적 패션 디자이너 캐서린 햄넷이 원조 격. 1979년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 그는 패션계의 부조리한 면을 깨닫고 1984년 ‘추즈 라이프’ 컬렉션에서 굵직한 대문자로 메시지를 새긴 티셔츠를 선보였다. 특히 ‘58%의 사람들이 핵탄두 미사일을 반대했다’라는 슬로건 티셔츠를 입고 故 마가렛 대처 전 총리를 만난 일화는 이제 전설이 됐다.

단순히 ‘입는 것’에서 ‘표현의 매개’로 나아간 옷은 소통의 기능을 갖추며 정치적으로 이용됐다. 이를 활용한 최초의 정치인은 194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토머스 듀이였다. 뉴욕 주지사 출신인 그는 선거 캠페인에서 후보자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가 쉽게 선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셈.
최근에는 표어 외에 후보자의 사진이나 이름을 옷에 표현하는 등으로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패션브랜드 ‘오베이’는 오바마의 포트레이트 프린트 티셔츠와 포스터 시리즈, 힐러리 클린턴은 마크 제이콥스와 손을 잡고 홍보용 티셔츠로 대중과 한층 가까워졌다.

이렇듯 정치적 전략 혹은 목적을 가지고 패션을 활용한 것을 ‘패션정치’라 일컫는다. 뉴욕타임스는 “미셸의 패션은 두 아이의 엄마 이미지와 전문직 여성의 지적인 이미지 모두를 소화하고 있다”며 “그가 패션으로 정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백악관의 안주인 미셸 오바마는 대중이 즐겨 입는 저가의 국내 브랜드를 착용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옷만으로도 ‘내조의 여왕’으로 인정받은 것.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얀 반 토른은 ‘디자이너는 곧 사회적 커뮤니케이터’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디자이너에 대한 사회적 역할에 힘을 보탤 뿐만 아니라 해당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사람에게도 사회적 책임을 경고한 것.
그렇다고 이를 유명 인사에만 해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 한 장으로도 누구나 패션정치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 안전하게 트렌드만 좇는 것 대신 자신만의 옷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보는 것을 어떨까. 대신 사회와 소통하는 한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의식을 잊지 말 것.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AP 뉴시스, 오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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