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서예와 문예부흥의 전방위적 예술가, 소전 손재형 전시
입력 2013. 04.17. 10:41:26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추사 김정희 이래 한국서예의 일인자로 평가받는 소전(素筌) 손재형의 생애와 그의 예술세계가 오는 4월 18일부터 6월 16일까지 서울시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소전의 서예와 문인화 작품, 전각, 자료 등 총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여, 그가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문화에 남긴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자리다.
이번 성북구립미술관의 전시는 바로 근처에 있던 승설암(勝雪盦)의 한 모임과 인연이 깊다. 승설암은 종로에서 백양당 서점을 경영하던 배정국의 집으로 대지만 2,000평이 넘었다고 한다. 1945년 청명(淸明)일 당시 이곳에 소전형과 당대 최고의 소설가로 이름 높던 이태준과 화가 김환기 등이 모였다. 이태준은 소전을 만나 즉석에서 휘호를 요청했고 소전은 그들 앞에서 승설암도(勝雪盦圖)를 그리고 썼다. 소전은 중국에서 서법(書法), 일본에서는 서도(書道)로 부르던 것을 서예(書藝)로 정착시켰으며, 추사체 이후 처음으로 자신만의 서체인 소전체(素筌體)를 창안해 인정받았다. 한편 단원의 팔선도(八仙圖), 겸재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금강산전도(金剛山全圖) 등 수많은 국보급 그림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또한 소전은 1944년 추사의 세한도(歲寒圖)를 일본인 동양철학자 후지스카로부터 끝내 가져와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구해냈다. 더욱이 대원군의 석파정을 비롯하여 조선 후기의 여러 흩어진 건축물들을 인왕산의 한 자락에 석파랑으로 세운 일은 소전의 높은 감식안과 우리 건축과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들이 경복궁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핵심 국보유물을 탈취해 소달구지에 싣고 아리랑 고개를 올랐다. 인민군이 아군 비행기 기관소총에 놀라 도망간 틈을 타, 일꾼을 대동하고 몰래 뒤따라가던 소전은 즉각 유물을 수습해 돌아왔다. 훗날 소전은 이 공으로 민간인 최고 영예인 대한민국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다.
해방 후 소전은 한글서예운동를 이끌었다. 한문서예와 마찬가지로 소전의 한글 서체 창작은 한국서예사에 기록될 획기적인 업적에 속한다. 그의 제자들 역시 소전의 적극적인 지도와 영향으로 자기만의 개성 있는 한글 서체를 성공할 수 있었고, 이런 소전그룹의 서체는 오늘날까지 컴퓨터 서체와 디자인 서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편 소전은 독일어, 중국어, 일어에 능통했으며 고향 진도에 개인 재산으로 중학교를 세운 교육자이자, 또 수차례 국전 심사위원장과 국가 주요 예술기관의 수장을 역임한 예술행정가였다. 이처럼 소전 손재형은 서예가와 문인화가인 동시에 수장가 그리고 정원설계가 등 20세기 한국예술계에 둘도 없는 전방위적 예술가로, 이번 전시는 그의 격조 높은 예술과 정신을 만날 귀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네오룩 홈페이지]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