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생활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
입력 2013. 04.18. 17:05:08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꽃이 피기 시작하는 4월, 이맘때쯤이면 우리네 옛 사람들은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꽃놀이를 가고 풍류를 즐기며 비단 치맛자락을 날리며 그네를 탔을 것이다.
한복을 생활화했던 세대가 사라짐에 따라 이 아름다운 풍경은 점점 ‘과거의 것’이 되고 있다. 이에 한복을 생활화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종로구에서는 올해 3월부터 ‘전통한복 입는 날’을 정해 한복 입기 운동을 시행하고, 몇몇 학교에서는 교복을 한복으로 디자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복을 평소에 입지 않는 근원을 찾아볼 때, '불편해서', '트렌디하지 않아서', '일상복처럼 입는 법을 몰라서'에 대한 의식 변화와 방법 제안이 제도 시행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복을 불편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부터다. 문화 말살 정책의 한 부분으로 한복에 ‘앞뒤도 없는 옷’, ‘구식’, ‘불편한 옷’이라는 의식을 심었다. 하지만 한복은 편리하지는 않아도 편안한 옷이다. 몸을 압박하는 서양 드레스, 실루엣을 강조하는 중국 치파오, 행동을 크게 하면 옷매무새가 흐트러지는 일본의 기모노에 비해 치마끈을 묶는 가슴 부분을 빼고는 몸을 구속하지 않는다. 혈액순환도 잘되고 자세도 편해진다. 오랜 시간 앉아서 글을 쓰는 한 작가는 티셔츠에 한복 바지를 입지 않으면 불편해서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 평면 재단을 하기 때문에 접어놓으면 부피가 적어 보관도 쉽다.
한복이 트렌디하지 않은 옛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한복 업체들의 잘못된 시스템이 한 몫 한다. 한복을 한 벌 구입하려 하면 저고리, 치마는 물론 속바지, 신발, 지갑, 노리개까지 세트로 맞추는 것을 당연시하고, 한복 위에는 공식처럼 화려한 금박과 자수가 들어간다. 평상시에 입기 부담스러운 궁중 한복만을 맞춰주는 것. 여기에 소재도 100% 실크 원단을 사용한다. 이는 평생 한 두벌 살까말까한 고급 정장과 마찬가지로 값은 올라가고 보관, 세탁, 실용성은 떨어뜨린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사계절이 뚜렷해 실크, 명주, 모시, 안동포, 삼베, 양단 등 옷감의 소재가 다양했다. 요즘은 이런 전통 소재도 대량 생산될 뿐더러 화학 섬유로도 한복을 만들 수 있다. 실크를 고집하지 않으면 한복도 가격은 저렴해지고 얼마든지 물빨래해서 말려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재단도 간단해 직접 만들기도 쉽고 원단을 골라 바느질을 맡기면기성복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디자인의 한복을 입을 수 있다.
비싼 한복만 파는 한복 업체들 때문에 사람들은 한복과 점점 멀어지고 한복에 노력을 기울일 기회도 잃었다. 다양하게 옷을 매칭하고 소품에도 세심히 신경쓰는 등 세계적인 수준으로 옷을 잘 입는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복은 주는대로 입는 옷이라고 생각하는 것. 심지어 다른 사람의 것을 잠깐 빌려 입거나 몸에 맞지 않는 것을 입기도 한다.
한복도 적절히 코디네이션해 때와 장소에 맞춰 입으면 충분히 편리하고 아름답다. 호위 군사나 사대부 집안 이상 남자들이 사냥할 때 입던 ‘철릭’은 긴 밑 부분을 자르고 암홀과 주머니를 만들어주면 편하면서 기능성까지 갖춘 상의가 된다. 정장 바지, 청바지 어디에 입어도 차분한 품격을 만든다. 바람의 옷이라고 불렸던 '도포'도 트임을 줄이고 소매를 변형하면 훌륭한 남성복이 된다. 소매가 없고 옆이 트여 여름에 입기 좋은 '답호'는 코디네이션할 때 여러모로 활용하기 좋다. 남성 한복을 핑크, 코발트, 색동 등을 선택하는 것도 생활 속에서 안 입게 되는 이유다. 평소에 좋아하는 옷 색상을 선택하거나 짙은 청색, 녹색 혹은 블랙, 그레이 계열이 훨씬 세련되고 실용적.
여성의 경우에는 사극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당의’를 추천. 화려한 금실, 자수는 빼고 무채색, 파스텔톤으로, 소재도 취향에 따라 바꿔주면 평소에도 예쁘게 입을 수 있다. ‘배자’는 변형없이 그 자체로도 조끼처럼 원피스, 진에 모두 잘 어울리면서 앙증맞은 매력까지 있다. 실제로 외국 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외국인들이 너무 부러워한다며 배자를 많이 맞춰가기도 한다.
몸에 감기는 촉감, 시크하면서도 부드러운 실루엣, 풍부한 볼륨감…. ‘우리 것’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없이도 한복에는 장점이 너무 많다. 좋은, 나쁜 고정관념을 모두 내려놓고 한복 그대로를 바라보고 즐겨야 할 때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KBS 드라마 황진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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