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 김도 알지 못한 `빨간 내복`의 행운
- 입력 2013. 04.18. 18:27:13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통 아저씨와 김혜수? 전혀 비슷한 점이 없을 것은 조합이지만 둘 모두 빨간 내복을 입고 퍼포먼스를 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개그 소재로만 쓰이는 빨간 내복에서 첫 월급의 설렘과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이라는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빨간 내복에 담긴 행복과 행운을 바라는 이들의 바람을 기억하고 있다. 부모님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 행운이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이런 가슴 따뜻한 바램이 담긴 것이 빨간 내복이다.
컬러 컨설팅 전문가들은 빨간색을 '잡귀를 쫓고 액운을 막는 색'이라고 설명한다. 조상들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거나 색동 저고리를 입었던 것과 같은 이유로, 빨간 내복에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완벽한 난방시설로 내복 수요가 감소하면서 빨간 내복이 빨간 속옷으로 개념이 확장돼 빨강색을 가진 속옷에 동일한 의미를 담고 있다. 빨간 속옷은 희화되고 있는 빨간 내복과 달리 선정적 뉘앙스가 강하게 풍긴다. 그러나 ‘섹시하다’는 고정된 시각을 걷어내면 빨간 속옷은 따스함으로 국한된 빨간 내복과 달리 감각과 스타일이 업 그레이드 된 행운의 상징으로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빨간 속옷에 행운을 부여한 우리 고유 정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영남지역은 백화점이나 속옷 매장이 새롭게 오픈할 때마다 앞에 장사진을 이루는 특별한 광경을 연출한다. 새롭게 오픈하는 매장에서 빨간 속옷을 사면 사업이 번창하고 막혔던 일이 풀린다는 믿음이 속옷 매장 앞에 줄을 서게 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영남지역에 잇따라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롯데 백화점 센텀시티점, 롯데 백화점 광복점 모두 빨간 속옷 특수를 톡톡히 봤다. 지역마다의 특색에 따라 발 빠르게 대처하는 백화점은 영남지역 오픈 일정이 잡히면 빨간 속옷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각 브랜드들에게 재고 확보를 독려한다. 속옷 브랜드들 역시 영남지역 신규 오픈 매장에 물량을 집중시키면서 매출 잡기에 적극 나선다.
빨간 팬티 한 장이라도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백화점을 나올 때 빨간 속옷이 든 쇼핑백이 손에 들려있음을 매번 확인한다. 그렇게 모아진 빨간 속옷이 벌써 몇 개지만 일상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그 속옷을 볼 때마다 은연 중에 행운을 기대하는 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 KBS2 직장의 신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