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 동물실험은 이제 그만!
- 입력 2013. 04.24. 13:32:51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그동안 수많은 화장품 기업과 브랜드는 화장품이 인체에 미치는 자극성을 평가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해왔다.
1987년 당시 12만 마리였던 실험 대상 동물이 최근에는 500만 마리로 늘어났을 만큼 날이 갈수록 많은 개, 토끼, 쥐, 돼지가 화장품 개발을 위해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적으로 실험을 하고 있어 정확한 수치 파악은 힘들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수 억 마리의 동물들이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국내에서는 한 방송을 통해 신제품 개발 명목으로 토끼눈에 3,000번 이상의 마스카라를 바른 사례가 소개되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약 1,000여 곳의 병원, 대학, 민간 연구소 등에서 여전히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유는 다른 방법보다 실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
이런 가운데 지난 3월11일 유럽 연합은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법안 발효해 눈길을 끌었다.이로써 유럽 30여개국은 지난 2004년 동물실험 화장품 판매 금지에 이어 수입, 유통,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이는 비누에서 치약에 이르는 세면용품은 물론이고 미용제품을 포함한 모든 화장품에 적용된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여러 국가에서 동물 실험이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은 유럽 내에 여전하다. 유럽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수출을 해야 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행보도 달라지고 있는 추세다. 유럽시장의 공략과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동물실험 반대는 필수사항이 됐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국내 업체 중 영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의 빌리프는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세포배양독성평가법-면역세포배양평가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의 향수 롤리타램피카 역시 향료 중 동물실험을 거친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아직 법안이 제정되지 않았지만, 요즘 들어 그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럽연합의 법안을 이끌어 낸 역할을 한 니컬러스 팔머 박사는 지난 3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입법 방향’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동물실험에서 얻은 결과는 사람과 일치율이 20~40%에 그치지만 대체실험에서는 90% 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밝히며 대체방법으로 인간의 세포와 조직을 배양하거나 이미 도축된 동물의 신체부위를 이용하는 방법, 동물의 반응을 본뜬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함께 소개했다.
국내에 판매중인 화장품의 동물실험 반대를 위해 토종 국내 브랜드와 국내에 진입한 일부 글로벌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서명운동을 하거나 유명 연예인이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캠페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의 경우, 더바디샵과 러쉬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더바디샵은 1976년 브랜드 론칭 당시부터 동물실험을 반대해온 영국 브랜드로 최근 싱어송라이터 리오나 루이스와 함께 적극적인 활동을 한데 이어 국내에서는 윤승아가 반려견과 함께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
같은 영국 브랜드인 러쉬는 매장에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KARA)와 함께 국내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어 모든 제품에 FAT(Fighting Animal Testing) 라벨을 부착하고 80% 이상이 비건(Vegan)제품으로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운동에 적극 참여 중이다.
국내 브랜드로는 LG생활건강의 비욘드가 가장 대표적이다. 2008년부터 화장품 원료 및 완제품에 대해 자체적인 동물실험을 금지해 온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오는 5월 1일부터는 협력업체까지도 신규 및 추가 동물실험을 금지할 계획이다. 동물실험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원료 역시 사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기도. 그러나 다만 다른 국가 또는 타법령에 의해 불가피하게 동물실험이 요구 또는 강제되는 경우는 제외한다.
이렇게 국내 일부 브랜드에서는 눈을 피해 중국, 베트남에서 여전히 동물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 자연주의적 행보를 걷고 있다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이면에서는 꼼수를 펼쳐 업계 내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
한국동물보호연합은 “국내 화장품 회사들은 하루빨리 화장품 동물실험을 중단해야한다. 또한 국내 화장품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시중에 판매되는 화장품에 동물실험 여부를 표시하는 등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동물보호법을 개정하여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요즘 뷰티업계의 트렌드는 ‘건강, 힐링, 자연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비자들 역시 화장품을 고를 때 ‘얼마나 좋냐’ 보다 ‘어떻게 만들어졌냐, 어떤 성분이 들어있냐’는 것을 중요하게 따진다. 이렇게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하자 화장품 업계도 달라졌다. 실제로 한 동물보호단체의 조사결과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는 지난해 22개에서 올해 55개로 두 배 이상 많아졌다. 국내 화장품 업계 규모를 보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여전히 국내 화장품업계는 동물실험이 만연하다는 증거다.
아직까지 아시아 내에서는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국가는 없다. 앞으로 동물실험이 일시적인 캠페인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금지 분위기가 조성되어 한국이 아시아 시장에서 솔선수범해서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하길 기대해 본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티브이데일리, 더바디샵, LG생활건강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