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패션유통가에 부는 변화의 바람 [글로벌 패션을 가다]
입력 2013. 04.25. 09:43:00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엔저 가속화와 주가 급상승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경제. 그 속에서 도쿄에 매장을 가진 패션유통기업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하며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애쓰고 있다.
1904년 미츠코시를 시작으로 서양문화 유입의 창구 역할을 했던 일본 백화점은 태동기를 거쳐 50년대 의류시장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전문점 시대에 접어들며 주춤하다 80년대 대규모 리뉴얼로 신 백화점 시대를 열었지만, 1991년을 정점으로 백화점 연간 판매액은 계속해서 곤두박질쳤다.
계속되는 경기불황과 신업태의 등장 속에서 2010년 세이부 긴자점 폐점으로 백화점의 위기의식은 극에 달했고, 이후 구조개혁과 리뉴얼을 통해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1위 백화점인 긴자의 미츠코시는 도쿄 백화점 유통의 상징이다. 2004년 100주년 기념 신관 오픈과 매장 대형화를 통해 차별화를 진행했던 미츠코시는 2010년 9월 또 한 번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했다. 옥상 테라스와 드레스 편집매장, 기모노 매장 부활과 ‘르 플레이스’ 등으로 고급 지향과 개성 추구를 표방하며 성공적으로 변신했고, 이는 이후 타 백화점의 선례가 되고 있다.
현재 미츠코시는 9~11층 식당가의 폐점시간을 밤 11시로 늦췄으며 1층 입구 옆에는 고급 꽃가게와 카페, 초콜릿숍을 마련해 여성고객을 유도하고 있었다.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은 이미 2009년 멘즈관 강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이세탄 걸’ 등을 통해 변화를 꾀한 바 있다. 2011년 10월과 지난 3월, 다시 새단장을 하면서 지하 2층을 여성을 위한 오가닉과 뷰티 매장으로 변화시키는 등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융합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백화점이 주춤하는 사이 새롭게 떠오른 형태는 바로 복합 쇼핑몰. 지난해 4월 나란히 문을 연 하라주쿠 도큐플라자와 시부야 히카리에는 쇼핑과 문화를 접목시킨 대형 쇼핑몰이다.
패션매장으로 가득 채운 도큐플라자는 6층 스타벅스에 도심 속 정원을 마련했다. 쇼핑에 지친 고객들이 하라주쿠의 경치를 내려다보며 잠시나마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멋진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신주쿠에 세워진 34층 규모의 시부야 히카리에는 쇼핑몰과 레스토랑, 커피숍, 영화관, 갤러리, 휴식공간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쇼핑몰 신큐스는 상당부분을 잡화 편집숍으로 구성했다. 2030 여성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히카리에는 크기만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문화와 즐길거리를 함께 채웠다.
서로 다른 브랜드를 선택해 매장을 구성하는 셀렉트숍의 인기는 여전하다. 오프닝 세레모니는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편집매장. 세계 각국의 신인 디자이너를 발굴하거나 유명 디자이너와의 일시적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선보이며 입소문을 타게 된 이 브랜드는 도쿄 신주쿠 루미네2 1, 2층에 매장을 전개하고 있다. 1층은 액세서리 위주로 구성하고 있으며 2층 매장에서는 의류와 가방, 신발을 판매한다.
그동안 인기를 모았던 시부야점의 문을 닫은 대신 지난 20일 하라주쿠 오모테산도에 새롭게 매장을 열었다.
지난 2월 DKNY의 90년대 작품을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인 것을 비롯해, 리한나가 협업한 리버 아일랜드 의상 등 트렌디하지만 쉽게 만날 수 없는 아이템을 소개하고 있다. 2011년부터 겐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겸하고 있는 브랜드 오너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옹의 영향으로 겐조 제품도 매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도쿄 센다가야에 위치한 론 허만(Ron Herman)은 캘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미국 편집매장이다. 의상뿐 아니라 가구, 그릇, 인테리어 용품, 레저를 위한 서핑 용품을 판매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살롱과 카페까지 마련돼 토털 라이프스타일숍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업태별 경쟁이 나날이 심화되는 가운데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가치 소비 경향은 유통가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유통기업의 영향력이 강화되며 SPA 형태가 득세하고 있는 시점에서 결국 자주적 상품구성으로 독자적인 색깔을 찾아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우리에게만 있는 물건으로 채운, 문화까지 함께 즐기는 매장’을 만들기 위해 유통업계는 고심하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진연수 기자, 론 허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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