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자체를 더 축복해 줬으면 좋겠어요” 하우앤왓 디자이너 박병규 ① [인터뷰]
입력 2013. 04.25. 10:35:19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지난 3월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디자이너 박병규의 2013 가을/겨울 쇼가 끝났다. 약 3주가 흘러 만난 그는 다음 시즌 준비로 바쁘다는 말을 꺼냈다. 보통 쇼를 기획하는 것은 4개월 전이고, 직원들에게는 2달 전부터 일이 뿌려진다고.
“저는 어려서부터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가야겠다는 사람은 아니에요. 남대문 수입상가에 물건을 공급해주는 일도 했고, 안 해본 일이 없어요. 그런데 저희 시절에는 복장학원이 유행이었죠. 그래서 우연히 학원에 등록했다가 이 길로 계속 접어들게 됐죠. 디자이너는 학습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이 있고요. 또 저처럼 개인적인 촉으로 풀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후자이기 때문에 조금씩 진화해 온 것 같고요. 더 좋은 결과물을 내지 않을까 하는 신뢰가 있죠. 그래서 지금도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요”
복장학원을 나와 몇 년이 지나지 않은 1995년, 그는 브랜드 '앗슘'을 열었다. 이후 약 2년 동안 그는 홀로 매장 열 군데를 주요 백화점에 입점시키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IMF 시절 협력사에서 부도어음을 맞고 그는 앗슘을 나오게 된다. 복잡한 재판이 이어졌고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동대문을 선택한다.
“제가 지금까지 동대문에 있다 보니 시장의 매력을 많이 느껴요. 또 저희 같은 브랜드도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동대문은 큰 상권이고요. 우리의 거리를 움직이는 힘을 가진 것 역시 분명하잖아요. 또 소비자의 폭이 넓은 곳이기도 하고요”
하우앤왓의 구매자들은 상해와 홍콩 등 중국 연안에 있는 도시들에서 주로 찾아온다. 액세서리를 중심으로 이게 팔릴까 싶을 정도의 상품을 빠르게 소비한다고. 그는 신체조건과 정서가 비슷한 아시아를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그의 재기에는 유통에 대해 확고한 원칙이 있었다.
“사업적으로 힘든 때가 있어서 그런지 단순한 방식이 좋아요. 원래 동대문 거래방식은 옛날 방식이잖아요. 구매하고 반품하는 복잡한 과정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을 제거하고 거기에 부응하는 매장과만 거래해요. 대리점 방식이 아니라 계약점에만 물건을 공급하는 시스템이에요. 일체의 교환이 없는 조건으로, 완전한 사입을 채택하고 있고요. 대신 판매 방식까지 통제하지는 않아요. 국내에서는 권장소비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것만 규제하는 편이죠”
경제적인 이유로 동대문을 택한 그는 여전히 동대문 상권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이곳에도 고급스러운 상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소비자들이 부응한 것. 하지만 처음 동대문을 선택했을 때 접한 주변의 걱정에 오히려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더욱이 최근 동대문 출신 디자이너들에 관한 관심도 좋지만, 동대문 자체를 좀 더 축복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패션도 공존인데 동대문을 너무 소홀히 다루진 않았나 하는 생각에 이제는 의무감마저 든다며.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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