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적기 여승무원에게 바지와 연령 상승을 허하라 [패션다큐 ⑧]
입력 2013. 04.25. 14:28:58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최근 대한항공 여승무원에 폭행에 대한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사표 수리에 이어, 어제 25일에는 항공기 승무원의 업무방해 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전망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발 빠른 조치가 최근 SNS를 통해 드러난 우리나라 항공 서비스에 근본적인 대안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서비스는 예쁜 여자들이’ 그리고 ‘늘 고객은 왕이다’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임시방편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8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는 과도한 외모규정 폐기와 여승무원에 대한 차별적 관행 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곧이어 3월 말 아시아나 항공이 창립 25년 만에 여승무원에게 바지 근무복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88년 창립 이후 치마 근무복을 고집해온 아시아나 항공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4월 초부터 바지 근무복을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지난 4월 중순 아시아나항공이 바지 근무복을 신청한 여승무원에게 신청을 취소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약 3,500명에 이르는 여승무원들은 접수 초기 대부분 바지 근무복을 희망했지만, 불이익에 대한 걱정이 커지며 약 2%인 80명만이 신청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이사아나항공의 치마에 대한 집착은 ‘고급스러운 한국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는 게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더욱이 승무원의 용모와 복장은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 일부라는 것이다. 2005년 대한항공은 디자이너 지안프랑코 페레의 근무복을 채택하며 치마와 함께 바지를 도입했다. 또한 저가항공인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티에이항공 등도 회사를 설립하며 두 가지 복장을 허용했고, 진에어는 청바지로 된 근무복을 입는다. 그러나 치마가 아닌 바지를 허락한 항공사들도 ‘편의’를 보아줬을지언정, 용모단정한 젊은 여성 위주로 승무원을 선발한다는 것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하지만 보통 우리나라 승객들의 불만이 높은(?), 유럽과 미국 항공사의 경우 이처럼 단아하고 곱상한 여자 승무원을 만나기 어렵다. 더욱이 높은 고도의 비행이 젊은 여성의 건강 및 생활에 유리하지 않기에, 장거리 노선에서는 40~50대 아주머니 승무원을 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유럽 출장을 다녀온 김 모 씨는 “그동안 우리 국적기에서 익숙했던 절대복종의 서비스 대신, 이모뻘 되는 여승무원의 당당한 태도 때문에 오히려 당황했다”고 답했다.
물론 영화 ‘Catch Me If You Can’의 장면처럼 구미의 항공사 역시 70년대 초반까지 핀업 걸 같은 여승무원을 채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권리 상승과 서비스업 임금이 동반 상승하면서 차차 이런 홍보와 채용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여승무원이란 고되고 힘든 일이라는 인식 대신, 여전히 하늘의 꽃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여승무원을 젊은 여성에 한정 짓고 또 바지까지 허락하지 않는 태도가 유효하다면, 그들은 고압적인 승객에게 계속 상처받는 제2, 제3의 ‘감정 노동자’로 계속 추락할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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