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효과 “침체된 청담동의 부활”
입력 2013. 04.25. 15:13:26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청담동 양아치. 2001년, 데뷔 당시 싸이는 부잣집 망나니, 나이트 죽돌이, 부모 덕에 평생 신나게 놀 특권을 가진 부유층 아들, 딱 그 정도였다. 데뷔 후 12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양아치 짓도 제대로만 하면 돼"라며 싸이의 프로다운 양아치 면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싸이는 청담스타일의 전형이다. 그래서인지 싸이는 트렌드를 포착하는 탁월한 능력을 명품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중적이지도 않은 시선으로 풀어낸다. 불룩 튀어나온 배와 퍼포먼스로 자신을 희화시키지만 럭셔리하고 '핫'함만 보고 살았을 그가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 속 첫 장면은 청담스타일로서 싸이 정체성과 마케터로서 싸이의 특출함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싸이는 포멀 웨어를 멋지게 차려 입은 노신사들과 한눈에 봐도 명품 집합소임을 짐작케 하는 쇼핑 공간으로 들어서서 신나게 쇼핑을 즐긴다.
이 두 요소는 '젠틀맨'의 단선적인 묘사가 아닌 다양한 상징을 함축하고 있다. 노신사가 핫한 쇼핑을 즐긴다는 설정은 한국 경제 수준의 성장이라는 상징을 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고가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 중 상당 비중이 부유한 노년층이다. 이처럼 즐기는 노년층이 뮤직비디오 속에 등장하는 것은 한국 경제가 그만큼 성장했음을 말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하나, 그들의 쇼핑 장소로 등장하는 공간은 청담동 소재 이탈리아 유명 편집매장으로, 단순히 명품 브랜드만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유니크하면서도 핫한 상품을 전개해 전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이탈리아 본사가 타 선진국 패션도시가 아닌 서울을 해외 최초 진출 지역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전세계 패션업계가 의아해했을 정도로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이 매장이 첫 장면에 등장함으로써 한국의 트렌드 소비 수준의 성장이 자연스럽게 노출됐으며, '강남스타일'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청담동의 소비적 가치를 시사했다.
싸이는 이처럼 노골적으로 청담동의 하이 소사이어티 문화를 전면에 등장시켰음에도 정작 당사자의 고급스럽게 보이지 않는 외모로 인해 거부감보다는 오히려 친근감에 가까운 묘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이러한 다소 코믹한 접근 방식으로 인해 청담동을 침체기로 몰아갔던 경직된 위엄을 단번에 깨고, 접근 가능한 소비지역이자 트렌드 발신지로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알고 보면 전혀 양아치 같은 싸이의 이 같은 남다른 면모는 청담동에 이어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식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그의 어머니 영향이 크다는 것이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청담동에 자리잡은 일식퓨전레스토랑은 퓨전요리 트렌드를 이끌었으며, 뉴욕 소호거리를 연상시키며 명성을 얻기 시작하던 초기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한 퓨전 중식당은 핫 피플들을 이 지역으로 끌어들인 일등 공신이기도 했다. 이후 스타일리시하지만 엄마의 풍요로움이 담긴 한식을 메뉴로 한 감각적인 가정식 한식당은 한식 열풍을 식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싸이의 청담동 사랑을 가진 자의 여유와 사치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청담동은 단지 부유층의 상징이라기 보다는 세계적인 패션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대외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패션 관계자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너무 을씨년스럽게 변해버린 청담동에서 과거 생기 넘치던 분위기를 찾기 어렵지만, 가치와 감각을 갖춘 핫 플레이스로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싸이 ‘젠틀맨’ 뮤비가 오랜 침체기를 딛고 부활을 꿈꾸는 청담동에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의도했던 아니든 간에 노신사와 청담동 매장을 등장시킨 싸이의 의미 있는 위트에 갈채를 보낸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 유튜브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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