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싼, 고급 브랜드도 생길 것 같아요” 하우앤왓 디자이너 박병규 [인터뷰 ②]
입력 2013. 04.25. 17:46:47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최근 난항을 겪은 서울패션위크에 대해 그는 2000년 중반부터 참가했지만, 앞으로는 단독쇼를 진행할까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다. 서울패션위크를 검색하면 연예인 사진만 뜨고, 또 최근 1년 새 패션쇼에 참가한 젊은 디자이너들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참여한 대부분이 케이블 방송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이제는 디자이너를 하려고 해도 방송을 해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한편으로는 문화의 흐름이긴 한데 그래도 아쉬워요. 쇼맨십이 많은 애들을 스타성이라는 상품으로 포장해주고 나랏돈 쓰는 패션쇼에 명단이 올라온 걸 보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이런 현상을 땀 흘리지 않고 단맛부터 맛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어떡하면 손쉽게 협업과 입점을 할까 궁리하는 이들에게는 정이 안 간다고. 각 대학 역시 수익을 위해 패션학과를 늘리는 것에 대해, 일에 대한 소개 이전에 직업의 매력만 알려지다 보니 환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서바이벌 문화 코드 때문인 것 같아요. 더욱이 쇼보다도 쇼장에 어떤 연예인이 왔느냐가 중요하고요. 더욱이 무대 뒤편에서 디자이너를 촬영할 때도 유명인이 등장하죠. 그렇게 디자이너와 연예인이 뭉쳐서 사는 삶이 화려해 보이는 거예요. 사실 디자이너와 유명인은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케이블에서 너무 그 부분만 부각하면 자라나는 세대들이 다들 디자이너 되겠다고 뛰어드는 거죠”
한편 동대문에서 늘 문제가 되는 복제품의 경우, 그는 솔직히 많이 복제되는 상품들이 매장에서도 잘 나간다고 했다. 소비자의 수요가 정확한 상품들은 복제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 잘 팔린다는 것. 더욱이 하루에 5시간 정도 잠을 자며 일하기에 일일이 신경 쓸 시간도 부족하다고 했다.
“디자이너 팀은 본사가 장충동에 있어요. 그럼 장충동과 한남동 매장을 왔다갔다하죠. 저녁에는 또 동대문 매장을 하루에 3시간씩 4일 나가요. 현실적으로 그런 부분이 없으면 기본적인 질을 맞추면서 이 가격을 유지하지 못해요. 고급 옷을 만드는 공정이 20공정이고 시장에서는 3공정 정도로 진행한다면, 저희는 한 12공정 정도를 맞추는 거죠. 하지만 그 안에서는 정성껏 하려고 해요. 10년은 입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몇 년 입는 옷을 하자는 게 제 목표니까요” 최근 패션계의 유행인 협업에 대해서도 그는 콜라보가 너무 남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원래 협업은 목적을 떠나 서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 의미가 있지만, 지금은 단지 돈과 이름이 이익을 위해 교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또 앞으로 불어 닥칠 일본, 중국과 FTA 여파에 대해서도 그는 고급화 전략대신 지금 가격을 유지하며 하우앤왓을 자리매김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가격대나 상품의 위치로 ‘고급화’라는 말이 쓰였다면, 이제는 싼 고급 브랜드도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고급스러운 콘셉트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는 합리적인 가격의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그래서 길게는 5년 안에 하우앤왓의 입지를 굳히고 싶어요. 또 굉장히 세심한 곳까지 아우르는 상품을 개발할 생각이고요. 그래서 홍보보다는 저희 브랜드의 매력을 더 이해하는 고객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하우앤왓의 장신구는 초기부터 내부 팀을 훈련해 부업자들과 함께 국내에서 만들고 있다. 또 의상 외에 장신구는 그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기에, 이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만족감도 느낀다고 했다. 이런 그에게 최근 느끼는 유행과 경기에 대해 질문했다.
“작년도 불황이었고. 올해도 사실 그래요. 몇 년 전부터 스트리트 패션이 강세였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티셔츠가 안 나와요. 제가 환편니트와 니트 그리고 진을 잘 다룰 줄 몰라요. 그래서 저는 다루지 못하는 걸 하지 않아요. 저는 여자가 제일 여자다워 보이는 정장이나 원피스 또 드레스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어요. 다행히 최근에 스트리트가 꺼지고 드레스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사실 몇 년 동안 힘들었거든요. 다들 면 티셔츠에 쇼츠만 입어서”
비싸고 외국에서 와야 고급이라는 기준에 대해 그는 꼭 그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았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여행 중 산 저렴한 목걸이라도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에 호감을 느꼈다면 그것이 바로 고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불황과 저성장이 계속된다면 가격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도 올 것 같다며, 동대문의 미래는 두타와 유어스 매장에 입점한 디자이너들에게 달려있다고 했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하우앤왓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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