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기업 `윤리 의식 부재’ 심각
- 입력 2013. 04.26. 12:01:57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패션산업은 불황의 고비마다 사치 조장을 이유로 철퇴를 맞아왔다. 유독 패션산업에만 고답적인 건전소비를 들먹이는 것에 대해 업계는 “감내해야겠지만 이해하기 힘든 여론몰이 식 마녀사냥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해왔다.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할 때 건전소비 육성에 대한 강요는 실행 불가능한 규제 조치를 들먹이는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같은 ‘사치’라는 선정적 문제에 치우쳐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확한 윤리적 잣대'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소비자와 소통함에 있어서 적정한 수준의 포장과 홍보는 불가피하지만,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상도의 부재만큼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론화 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 패션업체의 어처구니 없는 레이블 부착 오류로 그 동안 브랜드간 유사상품 난립에 대한 사안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4개 여성복 브랜드를 전개 중인 한 패션업체가 2개 브랜드의 레이블을 한 디자인의 재킷에 동시 부착한 것이 적발돼 백화점에서 소동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이 물건을 진열하던 중 발견돼 자체적으로 수습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만약 판매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으면 대처 불가능한 사태로 갈 수 있는 사안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사안은 유사상품 난립과 함께 아이템당 적정 소비자가 설정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번 공론화시키고 있다.
유사상품 난립은 실상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명품 및 해외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 복제 내지는 재해석은 “先 발표되는 컬렉션을 통해 형성되는 트렌드 참고”라는 핑계로 넘어갈 수 있다지만, 로컬 브랜드간 복제는 이전부터 심각성이 제기돼왔다. 타 브랜드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아이템을 카피해 발 빠르게 매장에 출시하는 것은 복제보다 더한 윤리적 해이가 만연돼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한때는 백화점에 입점한 동일 존의 3개 브랜드가 이런 식으로 상대 브랜드의 상품을 복제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사안은 자 회사 브랜드간 상품 공유라는 점에서 복제와는 좀 다른 윤리적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한 기업이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을 브랜드 레이블만 바꿔 단다는 소문이 현실로 입증된 사례라고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최근 불황과 이에 따른 대기업의 시장 확장이 가속화돼 패션전문기업의 수가 줄면서 기업 당 최소 3개 브랜드 이상을 보유한 기업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자 회사 브랜드들 사이에서 조차 차별화를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 컨셉이 반복 전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한 것. 결국 컨셉의 공유는 동일 상품의 공유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흘러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사상품 난립 못지 않게 가격 현실화 역시 중요한 사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동일한 상품이 레이블을 바꿔 달면서 동시에 가격까지 바뀌는 상황이 아무렇지 않게 발생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고가와 중가 브랜드라는 격차가 있을 경우 심하게는 20만원이 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는 것.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단지 레이블 차이만으로 가격을 감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와 유통 입장에서는 브랜드간 상품 획일성에 따른 유통 매력 상실이라는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유사상품난립과 적정 가격 문제 모두 브랜드와 유통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기업의 윤리의식 강화와 입점된 브랜드 철저하게 관리하는 백화점의 정확한 규제가 절실히 요구된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 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