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화장품 협찬시대
- 입력 2013. 04.26. 13:52:50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000이 드라마에서 발랐던 저 립스틱 주세요!”
요즘 방송을 보다보면 화장품을 바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대부분이 화장품 협찬 장면이다. 몇몇 장면은 협찬 장면인지 모를 만큼 자연스러워 그냥 지나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너무 ‘티’가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로 억지스럽다.그래서 이런 화장품 협찬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는 방송 전개상 굳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 생각되겠지만 제작자 입장에선 꼭 필요한 장면일 수밖에 없다. 협찬 및 제작지원이 없으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제작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품은 항상 손에 쥐고 사용하는 핸드폰도 아니고, 매 장면마다 저 멀리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가구도 아닌 탓에 디테일 컷이 없으면 눈에 띄질 않는다. 그래서 화장품 협찬을 한 브랜드 측은 구체적인 장면을 제작사 측에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화장품은 직접 사용해야 묘미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방송사별로 하나씩은 있는 패션.뷰티 프로그램이라면 화장품 협찬 장면이 더욱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브랜드의 요구 사항이 디테일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3월에는 스토리온의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가 협찬주 화장품을 소개, 사용법과 장점을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강조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SBS E! ‘서인영의 스타뷰티쇼’ 역시 협찬주이자 간접광고주의 화장품 성분 특징 등을 언급, 출연자의 발언을 통해 제품의 장점을 노골적으로 부각시켜 경고를 받았다.
그래도 다양한 정보와 접목된다면 ‘뷰티’라는 프로그램이 명목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홍보를 할 수 있는 편이다. 그런데 드라마와 예능 같은 프로그램은 얘기가 좀 다르다.
한 예로 지난 19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에서 석기 생존 미션을 마친 멤버들이 C사의 팩을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박보영이 멤버들을 위해 피부 관리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다. 치열한 생존을 담은 장면이 아닌 피부 관리를 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은 과연 어떻게 보았을까.
드라마에서는 여배우의 변신 과정을 담는 장면에서 화장품 노출이 심한 편이다.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이나 파우더 팩트로 얼굴을 보는 장면이 가장 대표적인 예. 심지어 직접 사용을 안해도, 저 멀리 비춰지는 화장대에 제품도 모두 협찬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라도 화장품을 노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찬으로 이어진 제품의 방송 노출은 곧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소이현, 송혜교는 모두 N사와 L사의 협찬 제품을 바르는 모습이 드라마에서 노출되어 완판 되는 기록을 세웠다. 드라마가 끝나도 그 여파는 아직까지 여전하다. 가장 최근에는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 출연 중인 신세경 역시 N사의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방송 전 대비 2배 이상 팔려나갔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협찬을 해도 시청자들이 홍보를 하기 위한 제품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매출 결과가 좋다. 그래서 부정적인 면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협찬을 하고 싶은 브랜드가 많다”고 전했다.
제작사와 화장품 브랜드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제작지원 및 협찬’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장면이 되어버렸다. 그들에게만 이득이 되는 간접광고 부분을 제외하면서 골라보기라도 해야할 판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SBS, 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