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상권, 머니게임으로 성장에 제동
입력 2013. 04.26. 17:19:30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패션브랜드들의 최대 숙원은 백화점 영향권을 벗어난 독자생존 방안이다. 좁은 국토에서 가두상권을 대상으로 한 외형 확장의 한계에 직면한 기업은 백화점을 통해 가치를 유지하고 구매자를 확보해왔다.
그러나 백화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기업의 가두상권을 향한 욕망은 다시 커져갔으나, 불황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성장한 가두상권은 기회보다는 또 하나의 권력화된 형태로 기업들을 짓누르고 있다.
이처럼 가두상권은 대외적인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하루가 멀다 하고 가두매장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패션유통 전문가는 “가두상권의 활성화는 좀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가두상권 매물이 넘쳐나는 듯 보이는 것은 상권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건물주들의 의도적 행위와 가두매장 운영을 통해 효율을 거두고 있지 못한 기업의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두상권은 대외적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달리 이면에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맞물려 있으며 철저하게 머니 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가두상권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건물주의 의도적 행위라는 관점의 대표적 사례는 한남동 상권이다. 한남동이 상권으로서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건물주의 ‘임대인 고르기’로 인해 기업이나 자본력 있는 개인이 거래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채 임대료만 계속 오르고 있다고 유통 관계자들은 전한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활성화된 상권으로, 메인 도로가 대기업 패션 또는 식음사업 계열사의 타운형 플랙쉽샵과 SPA로 채워지면서 매장 교체 시마다 임대가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또한 이의 영향으로 세로수길을 잡기 위한 중소형 브랜드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대가 상승은 물론 무리한 권리금 요구로 상권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상당수 마니아를 확보한 식당이나 매장들까지 갑자기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상당기간 동안 차기 임대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 지역에 매장을 운영 중인 브랜드 관계자는 “실제 매장 임대료보다 권리금이 배 이상”이라며 “자의반 타의반 매장을 철수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이 권리금이라도 빼서 나가자는 보상심리가 발동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청동 역시 이 같은 갈등으로 소비 상권으로서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 지역은 유동고객에 비해 구매고객 비중이 적다는 점이 상권으로서 한계요인이라고 알려지고 있으나, 매장당 최대 평수 규제 등 제반 환경과 건물주의 무리한 욕심 때문에 까페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매장으로만 채워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유니크한 거리 문화라는 상징성은 이미 오래 전에 무너져 내렸으며, 해외 유명 쥬얼리 브랜드 같은 삼청동과 전혀 적합하지 않은 매장이 들어서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인사동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쌈지길이 들어선 이후 현대적인 문화 쇼핑공간으로 탈바꿈했지만, 이를 시발로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거리를 차지하던 소형 상인들이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개인 매장들이 중국 수입제품을 파는 경우가 상당수였지만 이와 함께 이 지역을 대표해온 골동품점이 동시에 빠져나가며 국적 없는 거리로 변하고 있다.
한편, 기업들의 비효율 매장을 철수하는데 따른 매물은 가두매장의 투자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동안 브랜드들이 대형 플랙쉽샵 오픈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전국 거점 가두상권에 대형 매장을 오픈해왔다. 그런데 이들 매장이 규모 대비 매출 효과가 낮아 운영비는커녕 초기 투자비 조차 빼지 못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철수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대형 매장이 상당수임에도 서울 중심 상권을 제외하고는 기업이나 브랜드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가두매장의 쏟아지는 매물은 과당 경쟁을 부추기거나 상권의 가치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상권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등 부정적인 결과만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두매장에 오픈 전에 충분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투자대비 효과라는 사업 전개의 필수 검토 사항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oi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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