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련된 연미복 뒤에 숨어 있는, 일제 군국주의 야욕 [패션다큐 ⑩]
- 입력 2013. 04.29. 13:21:12
-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지난 28일은 일본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연합국의 점령체제를 벗어난 지 6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정부 최초로 '주권 회복의 날'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패전 후 연합국 점령기에 압력으로 제정된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군 보유 등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도쿄 헌정기념관에서 ‘주권 회복 및 국제사회 복귀의 날 기념식’이란 이름으로 열린 행사에는 아키히토 일왕 부부, 아베 총리를 비롯한 3부 요인 등 핵심 인사 390명이 참석했다. 아베 총리는 기념식에서 연합국 점령 아래 놓였던 7년을 일본 역사에서 처음이자 가장 깊은 단절을 가져온 시련기로 규정하고, "우리 세대는 일본을 더 좋고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어 갈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나고 일왕 부부가 퇴장하려 하자, 참석자들은 ‘덴노 헤이카 반자이(천황 폐하 만세)’를 세 번 외쳤다. 일본은 그동안 패전일인 8월 15일을 ‘종전 기념일’로 부르며 ‘전몰자 추도식’ 등을 열어왔으나, 4월 28일인 '주권 회복의 날'은 따로 기념하지 않았다. 한편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의 본명은 사토 노부스케로, 1936년 만주국 산업부 차관이 되어 산업계를 지배하다 1941년 도조 히데키 내각의 상공대신에 취임했다. 당시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을 기획하고 실질적으로 통치한 그의 별명은 '쇼와의 요괴'였다. 이후 전범으로 감옥에 갇혀 있다가, 1952년 4월 28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일부터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1957년에 일본 총리가 되었으나, 1960년 미·일 안보조약 비준을 강행하면서 군중 시위 등 혼란이 일어나자 사퇴했다.
더욱이 기시 노부스케의 친동생은 사토 에이사쿠로, 자민당에서 유일하게 4번이나 총재로 뽑혔으며, 역대 일본 총리 중 약 8년의 가장 긴 재임기록을 세웠다. 또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 당사자인 전임 수상 요시다 시게루와 친척 관계로, '주권 회복의 날' 아베 총리 옆에 앉은 아소 다로 전 총리가 바로 그의 외손자다. 2006년 8월 15일에는 고이즈미 총리가 연미복 차림으로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했다. 당시 현직 총리가 패전일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은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었다. 또 지난 2007년 1월 6일에는 아베 총리가 다시 연미복 차림으로 메이지 신궁을 참배했다. 도쿄 요요기에 있는 메이지신궁은 일본 근대화에 영향을 미친 메이지 일왕 부부를 제사지내기 위해 1920년에 세워진 곳이다.
연미복(燕尾服, swallow-tail coat)은 남자의 서양식 예복 중 가장 단계가 높은 옷으로 white tie(화이트 타이)라고도 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새로운 총리와 내각 관료가 발표되면, 연미복을 입고 도쿄 총리관저에서 첫 내각회의 후 단체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연이은 일본 총리들의 연미복 차림 나들이와 강경발언은, 애써 찾은 아시아의 평화에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