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바보들아! 낸시랭은 내가 만든 작품이야~” 팝아티스트 강영민 ① [인터뷰]
- 입력 2013. 04.29. 21:38:44
-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지난 4월 13일 토요일 우리나라 1세대 팝아티스트 강영민은 디자인평론가 최범과 함께 ‘박정희와 POP ART 투어’를 개최했다. “우리는 박정희를 관광한다”는 취지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미학적으로 돌아본 이 행사는, 이후 특정 세력으로부터 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문득 2002년 을지로3가 환승 통로를 장식한 이동기의 ‘아토마우스’와 강영민의 ‘안티히어로’ 사건이 떠올랐다. 당시 이들의 벽화는 외국에 소개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지만, 누군가 검정 분무기로 선을 긋고는 “다시 그려요!”라고 써 놓았다. 이처럼 2000년 중후반까지 그는 본인의 상징인 ‘하트’ 캐릭터로 디자이너 정구호와 협업 등 많은 활동을 했다.“그동안은 낸시랭을 기획했는데, 마치 고스트 기획자처럼 돼버렸어요. 마지막 개인전은 2012년 ‘Love is Terror’라는 제목으로 두 번 열렸죠. 데뷔는 1999년에 했는데 지금껏 개인전을 총 6번 했어요. 개인전을 2004년에 늦게 했죠. 처음 작가로 나섰을 때 개인전을 조금 촌스럽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전이란 게 결국 자기 이름을 알리는 건데, 작업은 숨 쉬듯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죠”
지난 4월 6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TV12갤러리에서 ‘낸시랭과 강남친구들’ 전시가 막을 내렸다. 이번 낸시랭의 개인전 팸플릿에 담긴 길고도 명쾌한 글은 바로 그가 쓴 글이다. 낸시랭도 글이 썩 마음에 드는 듯,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적극 권했다.
“낸시랭의 최근 작업은 전부 제가 기획한 거예요. 2012년 서울 종로구 통의동 ‘팔레 드 서울’에서 열린 내정간섭전도 그렇고요. 저는 최근 이 모든 상황을 일종의 오락이라고 봐요. 리얼리티 쇼죠. 모든 드라마에는 악당이 나와야 재밌잖아요. 갈등이 없는 드라마는 재미가 없어요. 악당도 아주 악독해야 재밌죠” 대중과 미술계가 낸시랭에게 계속 물었던 질문은 바로 “넌 연예인이니 아니면 예술가니?”였다. 이런 질문을 그는 “넌 연예인형 아티스트야”로 한방에 정리시켰다.
1세대 팝 아티스트로서 그는 몇 년 새 낸시랭과 함께한 작업들을 ‘Social Pop’으로 불렀다. 대중미술을 표방하는 팝아트가 굳이 영어를 쓰는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있어 보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낸시랭도 이름이 영어가 아닌 박혜령이면 못 떴을 거라고 단언했다.
“2009년에 제가 런던에서 코리안 올드 팝이라는 그룹전을 했어요. 그때 런던에서 한 달 정도 더 있으면서 느꼈던 점은, 마치 아시아 같은 정중동의 느낌이 들었어요. 또 충격을 받았던 건 당시 우리나라 국책사업이 4대강이었는데 영국은 현대미술이더라고요. 그걸 목격하고 깜짝 놀란 거예요. 어려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런 것만 접하다가, 세상에 예술이 국책사업인 나라가 있구나 하고요.”
당시 영국 역사를 공부하던 그는 “영국 땅은 전부 여왕소유다”라는 글을 읽고 다소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처음엔 거짓말로 생각했지만 법으로 그렇게 명시된 걸 보고 다시금 놀랐다고. 그래서 엘리자베스 여왕 자체는 하나의 상징일지 모르지만, 영국의 핵심 정신과 권력 시스템은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치 일본도 ‘천황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UK 프로젝트는 NY 낸시 영민 프로젝트가 됐어요. 이 United Kingdom 프로젝트는, “개인이 국가다”라는 구호로 그 연합이 계속 늘어나는 걸 염두에 뒀고요. 엘리자베스 여왕은, 왕으로서 가장 전통적인 이미지를 가진 영국의 상징이자 하나의 팝 아이콘이잖아요. 그래서 마침 여왕 생일에 영국에 갔죠. 그리고 국가를 만들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일단 런던 시민한테 1주일 동안 돌아다니며 1파운드씩 받자. 또 땅이 필요하잖아요? 영토는 뭐 예술가기 때문에 꼭 물리적인 것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왕이면 여왕을 만나서 땅 1평 기증해 달라고 그러자고 한 거죠. 그런데 여왕에게 접근할 수 없으니까. 낸시랭이 곁에서 잠깐 함께 행진하고. 가장 오래된 왕국에서 새로 태어나는 왕국을 알린다는 걸 선포한 거예요”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