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브랜드의 시장 점령 ‘20대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
입력 2013. 04.30. 09:20:45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신사동 가로수길은 런웨이를 방불케 하는 패션피플이 가득하고, 한눈에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매거진 역할을 해 사회에서 점차 자아를 잃어가는 청년들에게 소소한 힐링을 제공하는 공간이었다. 중심거리가 고작 600m에 불과한, 이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이 마법 같은 공간에 20대들은 열광한다.
젊음의 거리로 손꼽히며 순수하게 버스킹을 즐기고 음악인들의 감성을 공감할 수 있었던 홍대 역시 문화와 음악이 있고, 작은 옷가게와 아기자기한 카페가 밀집해 있어 청춘을 누릴 수 있었다. 뒷말하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서로의 스타일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러나 이 좁은 공간에 몸집이 큰 대기업들이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면서 소소한 낭만이 있던 공간이 싸고 북적이는 대형마트로 변질돼버렸다.
나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었던 가로수길은 흡사 명동의 축소판같은 모습으로 변했고, 홍대 역시 밤 문화를 즐기려 모여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대형술집이 즐비한 공간으로 전락해 버렸다.
지난달 16일 스웨덴 SPA 브랜드 H&M이 가로수길에 지상 5층 규모, 영업면적 400평에 달하는 단독매장을 오픈했고, 비슷한 규모의 매장을 홍대에도 오픈하며 영역을 확대했다. 또한 스페인 브랜드 자라와 마시모두티, 미국의 포에버21,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에잇세컨즈 등 유통망을 줄여 빠르게 트렌드로 엮어내는 SPA브랜드의 연이은 시장진출로 가로수길은 고유의 감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해외 SPA브랜드가 한국으로 직진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을지는 몰라도 한국인의 체형과 컬러감을 반영하지 못해 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는 마치 안 되는 발음으로 영어를 따라하려 애쓰는 모습 같다. 비슷한 생김새, 비슷한 꿈을 꾸며 복제인간처럼 살아가는 인생에서 트렌드를 좇는다는 명목으로 옷차림마저 개성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한 빠른 트렌드 변화로 계속해서 새로운 옷을 구매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꼭 대기업의 시장진출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싸게 구매할 수 있고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편리한 쇼핑공간도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공간의 매력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다.
조금 느리고 불편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감성을 누리고 싶다. 점차 갈 곳을 잃어가는 청년들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 줄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듯 새로운 20대의 놀이터가 또 다시 어른들의 장사수단으로 이용돼 변질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MK패션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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