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유니폼, 최고의 디자인을 찾아라!
입력 2013. 05.01. 10:35:13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프로축구 시즌이 한창이다.
90분 동안 쉬지 않고 뛰는 것도 모자라 태클과 반칙 등 유난히 거친 플레이로 유니폼은 어느새 땀과 흙에 더러워진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악수와 포옹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선수들은 ‘유니폼 교환’이라는 축구경기만의 의식을 통해 스포츠맨십을 표현하고 남성다움을 자랑한다.
선수에게는 팀의 상징으로 결속력과 전투력을 다지게 하고, 서포터즈 또한 하나된 목소리로 팀을 응원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유니폼. A매치 경기에서 온통 빨갛게 물든 관중석을 보면서 울컥하는 것도, 해외 명문구단이 아시아 출신 선수의 자국 팬들 덕분에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것도 다 유니폼 덕분이다.
축구 유니폼은 팀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무엇보다 운동하기 편안하게 디자인된다. 각 구단은 매해 새로운 디자인의 유니폼을 공개하며 각종 반응을 얻어내는 가운데, 축구 유니폼 역시 다른 종목의 유니폼과 마찬가지로 점점 타이트하게 변화해 왔다.
유니폼은 어센틱과 레플리카로 나뉜다. 어센틱은 판매용으로 나온 선수지급용 유니폼이며, 레플리카는 어센틱의 보급용으로 일반인에게 보편화시키고자 만든 옷이다. 따라서 둘은 재질부터 다른데 어센틱이 땀 흡수도 잘 되고 보다 타이트하며 가격도 비싸다.
축구팬은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좋아하는 선수의 등번호와 이니셜을 마킹하며 그들을 자신과 동일시하기도 하고 구단의 소속감과 서포터스로서의 자부심을 표현한다. 일종의 의식 또는 퍼포먼스로 볼 수 있는 이와 같은 행동은 오랜 기간 그들에게 익숙해져 왔다.
이러한 축구 유니폼 중에는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은 디자인이 있다.
우선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의 시원시원한 하늘색과 하얀색의 세로줄무늬. 100년이 넘도록 이 틀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 그들의 유니폼을 대할 때마다 세련된 디자인과 오랜 전통에 부러움이 앞선다.
FC 바르셀로나 역시 전설적인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갖고 있는 팀. 버건디와 블루로 이루어진 이 세로줄무늬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님 유니폼과 마찬가지로 최근 줄의 간격이 넓어지며 한 면에 들어가는 줄의 개수가 현저히 줄었고 경계 또한 부드러워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홈경기장 캄노우(Camp Nou)의 숍에는 언제나 축구팬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메시와 푸욜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리나라에는 포항 스틸러스 구단이 있다. 특유의 ‘검빨(검정빨강)’로 이루어진 이 가로 스트라이프에는 모기업 포스코의 로고까지 얹어져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트라이프의 간격을 달리해 넘실거리는 느낌으로 율동감을 줬다는 점. 반면 FC 서울은 세로의 ‘검빨’을 선택해, 두 팀이 맞붙을 때마다 ‘검빨더비’로 불리며 흥밋거리를 더한다.
컬러만으로 돋보이는 유니폼도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영국 리버풀 FC의 유니폼은 빨강으로 대표된다. 이탈리아 축구팀의 애칭 ‘아주리’와 프랑스 축구팀 ‘레 블뢰’는 파랑을 의미하며, 첼시 FC와 수원 삼성 블루윙스 역시 파란 유니폼을 입는다. 이처럼 빨강과 파랑은 상징은 매우 강렬하지만 더 이상 새롭진 않다.
레알 마드리드 CF의 화이트는 하나의 컬러로 팀을 대표하는 성공적인 사례로 뽑힌다. 얼마 전 포브스가 발표한 프로축구팀 가치 순위에서 맨유를 제치고 1위로 떠오른 레알 마드리드. 화이트 유니폼 자체만으로 압도적인 위엄을 발휘하며 이는 독일 국가대표팀의 경우와 비슷하다. 특히 흰 상의는 부피감을 더하므로 상대에게 위협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과거 축구 유니폼에 많이 달려있던 칼라(collar)는 선수들의 움직임에 거추장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디자인 면에선 확실히 매력적이다. 2006년 나이키에서 제작한 네덜란드 대표팀의 오렌지색 유니폼은 라코스테의 피케 티셔츠에 버금갈 정도로 매력적인 빈티지 스타일을 자랑했다. 최근엔 브이 네크라인에 칼라가 달린 유니폼 디자인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3월 개막 이후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K리그 클래식 14팀의 유니폼도 흥미롭다. 험멜(전북, 경남, 대구)을 비롯, 르꼬끄 스포르티브(서울, 인천), 아디다스(수원), 디아도라(울산), 키카(제주), 푸마(부산), 카파(대전), 울스포츠(성남), 아테미(포항), 아스토레(강원), 켈미(전남) 등의 스포츠브랜드에서 각 구단의 유니폼을 협찬하고 있다. 이중 세 구단의 의상을 책임지고 있는 험멜의 유니폼이 디자인 면에서도 앞서나가는 분위기다. 아디다스의 수원 유니폼도 인기가 있지만 풀옵션을 택하면 15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것이 흠.
전북 현대의 형광연두색 유니폼은 탄생 배경이 재미있다. 덴마크 브랜드 험멜과 라이센스를 체결해 1998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험멜코리아는 전북현대와 계약하면서 형광색유니폼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의견을 낸 이가 바로 구단 단장과 최강희 감독이었던 것.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던 전북 선수들의 짙은 녹색 유니폼이 비를 맞자 어둡고 처져 보였고, 이를 두고 고민하던 단장과 감독은 험멜 측에 형광색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당시 큰 이슈가 되기도 한 이 과감한 형광연두색은 수년 간 팬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으며 전북을 대표하는 컬러로 자리잡았다. 확실한 가시성과 상징성, 그리고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사랑 받으며 지난해 전북 유니폼은 창단 이래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했다. 특히 전북 현대는 네이비 컬러의 어웨이 유니폼 또한 상당히 인기가 많다.
험멜에서 축구 유니폼 디자인을 맡고 있는 조주형 씨는 “구단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신경을 기울인다. 전북 유니폼의 몸판에는 봉황을 새겨 넣었고, 엠블럼에 있는 사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경남 유니폼에 응용한 사례도 있다. 또한 여러 팀의 유니폼을 제작하기 때문에 생산라인이 늦어지지 않도록 새 유니폼 발표 시기를 겹치지 않게 조절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미국 LA 갤럭시 유니폼을 가장 멋진 디자인의 옷으로 꼽았다.
전북 외에도 아디다스가 만든 수원과 르꼬끄 스포르티브의 인천, 디아도라가 만든 울산, 험멜이 만든 경남 구단 유니폼도 디자인이 세련되고 아름답다. 구단과 유니폼업체의 계약은 보통 1~2년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업체의 잦은 교체로 유니폼 디자인의 일관성을 잃거나 팀의 정체성과 메인 컬러를 무시한 디자인으로 서포터즈의 원성을 자아내는 경우도 있다.
구단마다 유니폼뿐만 아니라 점퍼와 트레이닝 팬츠, 축구화, 축구공, 컵과 수건 등 용품과 기념품을 함께 취급하며, 유니폼 제작 브랜드에서는 축구용품과 팀복, 단체복 주문도 가능하다. 조기축구회를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축구인원을 생각하면 축구용품 대중화를 통한 제작업체의 부흥을 노려볼 만하지만 열악한 환경과 인력 부족, 유명업체 쏠림현상 등으로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축구용품관계자의 설명이다.
멋진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더욱 분발해 새롭게 발표될 유니폼 왼쪽 상단에 우승을 상징하는 별이 새겨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서포터즈의 공통된 바람이다. 좋은 소재와 세련된 디자인, 운동할 때의 편안함까지 고려하며 유니폼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축구경기의 내용뿐 아니라 선수들이 입은 옷에도 관심을 기울이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AP 뉴시스, 전북 현대 모터스, 수원 삼성 블루윙즈, 경남 FC, 울산 현대 축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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