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 스포츠 PPL과의 전면전, 영화일까 35분짜리 광고일까?
- 입력 2013. 05.01. 13:43:49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영화감독 김지운의 첫 로맨틱 코미디 단편 영화 ‘사랑의 가위바위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이 영화는 코오롱FnC(대표 박동문)의 코오롱스포츠 40주년 기념 ‘웨이 투 네이처 필름 프로젝트’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4월 29일 쇼케이스에 이어 4월 30일 새벽 0시부터 브랜드 홈페이지와 유튜브, 다음을 통해 영화가 무료로 공개됐다.이 영화는 한국 영화 산업과 패션업계가 만나 대중과 문화를 연결하는 콜레보레이션 작업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박찬욱·박찬경 감독의 단편 영화 ‘청출어람’으로 이미 1탄이 제작된 바 있다. 당시 브랜드 측은 전권을 감독에게 위임, ‘Way to Nature’라는 브랜드 철학을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담아달라고만 요구했고 다행히 과도한 PPL 없이 완성되어 업계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2탄은 어땠을까. 영화 초반부터 주연 윤계상은 코오롱 스포츠의 아웃도어 점퍼, 바지, 신발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소개팅녀 역할을 한 박수진 역시 브랜드 계열사 가방을 착용해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박신혜 역시 코오롱 스포츠 옷과 신발로 무장했다.
제품 로고가 있는 부분을 클로즈업하거나 브랜드의 옷, 가방, 신발 등의 기능을 등을 부각시켜 영화의 흐름을 끊기게 하진 않았지만 영화 전반에서 걸쳐 관련 제품은 깨알같이 등장했다.
이는 최근 패션업계와 드라마 및 영화 제작사 사이에서 붉어져온 과도한 간접광고 즉, PPL 마케팅과 전면전을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마케팅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번 영화 제작 시도는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역발상을 통해 제작 지원이 아닌 제작 참여로 과감하게 브랜드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거대 자본을 갖고 있는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PPL의 역발상이다”라고 평가했으며, 영화계 일부에서도 “대놓고 하는 협업이라고 하지만 이는 순수한 단편영화 시장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사례다. 유명 감독이 아니라 신인 감독이나 단편영화 감독과 함께했더라면 명분이라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브랜드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영화를 접하게 되는 이들은 영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낸 광고라고 봐도 문제는 없을 듯하다. 영화 관람을 위해 홈페이지를 찾은 이들은 감독과 주연 배우가 40주년 재킷을 입은 화보, 브랜드 옷을 입고 촬영한 포스터 등도 함께 볼 수 있었으니까.
어쨌든 이번 영화 제작 시도는 일반적인 PPL보다 비용이 훨씬 높은 영화 제작 전면에 참여, 최대한 자연스럽게 노출하고자한 목적을 달성한 듯하다. 그러나 관객입장에서는 순수한 영화라는 느낌보다 35분짜리 브랜드 광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이번 영화를 순수한 작품으로 접근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PPL 마케팅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번 경우처럼 대기업에서 유명 감독을 사고 영화에서 자사 제품으로 치장했더라도 분명 마케팅적으로는 진화하고 있음에 틀림없지만 이런 사례가 업계의 트렌드로 확대된다면 앞으로 순수하게 작품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코오롱 스포츠 홈페이지, 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