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회로 확인하는 1세대 무대의상가 이병복의 업적
- 입력 2013. 05.01. 17:01:39
-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아르코미술관에서 오는 5월 3일부터 6월 30일까지 우리나라 1세대 무대의상가이자 무대미술가인 ‘이병복, 3막 3장’이 열린다.
이병복은 1966년 연출가 김정옥과 극단 ‘자유’를 설립하고 약 40년 동안 연극인으로서 쉼 없는 활동과 도전을 계속했다. 현재 87세인 그는 더는 극단의 대표도 무대의상가도 아닌 ‘예술인 이병복’으로, 변함없이 서울 장충동과 남양주 무의자 작업실을 오가며 작업 중이다.1927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양정국장과 식량공사 이사장을 지낸 아버지 이홍 슬하에서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화여대 재학 시절 연극과 인연을 맺은 이병복은 졸업 후 박노경 부부가 창단한 여인소극장의 창단 회원으로 연극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953년 부산 피난처에서 만난 화가 권옥연과 결혼하고 남편과 함께 파리로 건너가 프랑스 아카데미 드 꾸뿌 드 파리와 프랑스 아카데미 드페에서 의상과 조각을 공부했다.
1961년 한국으로 돌아와 의상실 ‘네오’를 열고 패션쇼를 열었다. 5년 후 연출가 김정옥과 의기투합해 극단 ‘자유’를 설립하고 연극인으로 본격적인 제2의 인생을 열기 시작했다. 창단 기념극 ‘따라지의 향연’을 시작으로 2006년까지 약 40년간 극단의 대표이자 무대미술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69년 권옥연과 함께 카페 떼아뜨르를 설립하고 약 6년간 실험적 예술운동을 전개했다. ‘피의 결혼’, ‘무엇이 될고하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노을을 날아가는 새들’ 등 그는 200여 편의 연극을 제작하고 무대미술 전반을 책임지며 연극계의 대모로 불렸다. 외국에서의 공연과 무대미술 심사 활동으로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쌓았으며, 2006년 국립극장 무대에 올린 ‘따라지의 향연’을 끝으로 극단 ‘자유’의 대표 자리에서 내려왔다.
더욱이 무대의상가와 무대미술가로서 그의 작업세계가 갖는 특징 중 하나는 ‘한지, 삼베 등 전통적 재료의 활용’이었다. 그는 한국 전통적 재료들을 연구하고 실험하며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만들어왔다. 특히 ‘수탉이 안 울면 암탉이라도’에서 처음으로 종이의상을 시도한 이래 한지와 삼베, 지푸라기 등을 바탕으로 한 그의 무대의상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무대에 형상화하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이처럼 그는 우리나라 근·현대 연극사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척박한 연극 현장에 최초로 무대의상과 무대미술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전통 재료를 바탕으로 한국적 이미지를 무대에 형상화하는 예술철학을 펼쳐 왔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에서 예술가로서의 운명을 개척하고 그 삶을 온전히 예술로 일군 이병복의 업적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아르코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