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필름에 담긴 이효리와 젤더 피츠제럴드의 쇼걸 [패션다큐 ⑪]
- 입력 2013. 05.01. 18:25:10
-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오늘(2일) 신곡 '미스코리아'의 영상을 일부 공개한 뒤 6일 음원을 선보일 이효리가 ‘이효리 담배’라는 검색어로 화제에 올랐다. 어제 공개된 그의 신곡이 담긴 패션 필름 중, 흡연하는 모습이 잡힌 것이다. 흑백필름 속 쇼걸로 변신해 세기말적인 매력을 뽐낸 이효리는, 짙은 메이크업과 속이 비치는 의상을 입고 담배를 쥔 채 웃고 있다. 마치 2011년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피카소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마리옹 꼬띠아르처럼.하지만 영화 속 배경과 인물로 등장하는 1920년대 파리 사교계의 꽃은 훗날 ‘위대한 개츠비’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스콧 피츠제럴드와 아내 젤더 세이어였다. 젤더는 미국 앨라배마 주 대법원 판사의 딸이자 남부 사교계의 꽃으로, 프린스턴을 중퇴한 문학 천재 피츠제럴드와 1920년 4월에 결혼한 후 대표적인 유명인으로 등극했다.
서강대학교 김욱동 명예교수는 피츠제럴드를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흔히 재즈 시대라 일컫는 1920년 모더니즘의 꽃을 피운 미국 문단의 3총사로 지목했다. 이들은 찰스 디킨스나 토마스 하디 같은 사실주의 작가가 아닌, 1차 세계 대전이라는 세계사적 사건을 통해 등장한 소위 ‘잃어버린 세대’의 모더니스트 작가들이었다.
이런 모더니즘은 당시 예술분야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현대음악의 쇤베르크와 미술에서는 피카소 등으로 각 분야에서 주관적이고 입체적인 예술로 표현됐다. 또 이 시기는 단발머리에 과감한 화장, 미니스커트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였다. 당시 이런 시대상황에 따라 독립적이고 인생을 즐기는 젤더를 전 세계 사교계는 선망했다. 하지만 남편과 애정이 좋지 못했던 젤더는 프랑스 조종사인 에두아르 조장과 애정행각을 벌인 후, 점차 신경 쇠약 증세를 보이며 유럽과 미국의 요양소와 병원을 전전했다. 1940년 남편 피츠제럴드가 당시 교제하던 여성의 아파트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8년 후인 1948년 젤더 역시 하일랜드 정신 병원에서 머물다 화재로 세상을 달리했다.
1918년 미 육군 보병 소위이던 피츠제럴드는 앨라배마 주로 전속되며 젤더를 만났다. 하지만 다음 해인 5월 젤더는 그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약혼을 파기했으나, 소설 ‘낙원의 이쪽’이 성공을 거두자 피츠제럴드와 결혼했다. 하지만 능력이 아닌 ‘돈’ 때문에 결혼했던 이들의 결합은 결국 사랑이 아닌 사치와 방탕으로 그 틈을 채웠다. 그리고 그 결과는 술에 탐닉하기 시작한 남편과 신경쇠약에 빠진 아내의 이른 죽음이었다.
부잣집 딸로 태어난 젤더는 이처럼 당대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했지만, 결국 자신의 삶이 아닌 남편의 그늘에 가려 불행한 삶으로 생을 마쳤다. 1932년 젤더가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 입원할 무렵, 그는 ‘나를 위해 왈츠를 남겨주오’라는 책을 출간하며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패션 필름 중 이효리는 복고풍 쇼걸을 콘셉트로 텅 빈 벌판에 세워진 서커스장과 무대 뒤편에서 매력을 마음껏 뿜어낸다. 하지만 젤더야 말로 엄친딸에 유명 작가 부인이 아닌 진짜 ‘쇼걸’로, 그렇게 화려한 사교계의 뒤편에서 무의미한 삶을 찾기 위해 버둥거렸던 인물이 아니었을까.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보그코리아 영상캡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