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컵의 공포 vs A 컵의 설움, 승자는?
입력 2013. 05.01. 18:39:33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드러난 가슴 골을 볼 때 여자조차도 시선을 거두기 힘들다. 하물며 남자들은. 풍만한 가슴을 향한 여성의 욕망은 성적 관능과 수치심 사이를 개념 없이 오간다. 쳐다보면 성추행, 만지면 성폭행, 그런데 상대가 합의하에 소유해버리면 그건 사랑이 된다. 슬랩스틱 코미디보다 더한 저급이고 반전이다.
가슴을 향한 시선과 몸을 향한 시선은 극히 다른 판단 기준을 갖는다, 가슴을 향한 시선은 다다익선의 미학에 감응하지만, 시선을 몸 전체로 확장하면 밸런스에 기준한 다다익선의 오류로 쟁점화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급과 저급이라는 극히 공정하지 않은 평가로 이어지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발레리나 꿈을 키워온 한 여성이 G컵 사이즈 가슴으로 인해 17년 만에 결국 발레를 포기하게 된 사연이 방송을 탔다. 가슴 사이즈에 대한 스트레스로 자해까지 했던 그의 발언은 가슴 큰 여성이 겪어야 하는 공포를 실감케 했다.
김혜수와 한채영을 보는 시선과 공효진과 김민희를 보는 시선의 차이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대중은 김혜수와 한채영의 각선미에 열광하지만 그들의 패션감각은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공효진과 김민희는 디자이너들에게는 뮤즈이고 여성들에게는 열망의 대상이다. 그들의 빈약한 가슴과 가늘고 긴 팔과 다리는 21세기 패션산업이 원하는 이상적 신체 비율에 근접해있기 때문이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21세기 들어서면서 더욱 마른 몸에 집착해왔다. 10대에서 성장을 멈춘 듯한 몸이 여성들에게 향하는 부적절한 시선을 걷어내고 온전히 옷에 집중하게 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도전 슈퍼모델’에서 디자이너 지춘희가 모델을 선발하는 과정이 방송된 적이 있다. 모델들의 무릎에 유난히 신경 쓰는 것에 대해 모델 한혜진이 이의를 제기하자, 런웨이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의 위치가 모델들의 무릎과 일치한다면서 무릎이 튀어나온 모델은 관객들이 옷에 집중하는 시선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점을 미뤄볼 때 하물며 큰 가슴을 가진 여성은 디자이너들의 옷에 대한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자격 박탈 요건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슴의 크기와 격을 중시하는 예술이나 산업의 평가가 정확하게 반비례하는 것 아닌가 하는 화두를 던진다.
국립현대무용단의 ‘단’은 여자 무용수들의 상반신 노출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이 공개된 후에는 노출 수위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표현력은 기대치를 넘어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어깨에서 팔과 손으로 이어지는 유연한 선의 흐름에 시선이 고정되고 정작 이슈가 됐던 가슴은 관객의 기억과 시선에서 사라졌다.
패션쇼는 이 보다 더한 시선 이탈이 일어난다. 노출 수위만으로 본다면 포르노와 대등함에도 불구하고 패션모델은 동경의 대상이 되고, 포르노배우는 기피와 질타의 대상이다. 패션쇼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노출된 가슴, 허리, 엉덩이로 시선이 집중되지만 한 두 번 반복해서 동일한 모델을 보게 되면 시선은 특정 부위가 아닌 몸 전체로 향하고 결국 그 대상이 걸친 옷에 집중된다,
이러한 시선의 ‘거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용수와 패션모델 모두 평균 사이즈를 밑도는 가슴 사이즈에 기인한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견해이다.
G컵 발레리나는 "타인의 시선 앞에 당당해지지 못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작품의 선이 나타나지 않아요”라며 발레리나로서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자신의 신체적 한계가 결국 스스로를 움츠리게 한다고 토로했다.
결국 가슴은 크기에 대한 논쟁보다는 전체적인 몸의 밸런스에 대한 판별 기준의 부당함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작은 가슴이 선호된다고 인식되고 있는 모델업계에서 단순히 크기의 여부가 전부가 아니다. 장윤주는 모델계에서 가슴이 있기(?)로 정평이 난 모델이다. 그런데 장윤주의 가슴은 전체적인 신체 밸런스와 완벽하게 조화돼 크기 보다는 아름다운 사이즈의 가슴으로 분류된다.
큰 것을 가진 자의 공포와 작은 것을 가진 자의 설움. 그 비참함과 억울함의 정도는 경중을 따지기는 힘들다. 그러나 가슴의 크기로 ‘격’을 평가하는 시선 앞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가슴 큰 여자들은 결코 당당하기 힘들 것 같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송선미 기자, 티브이데일리, 세정과 미래 제공, AP뉴시스]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