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계의 윤리적 마케팅, 윤리인가 마케팅인가?
- 입력 2013. 05.03. 13:27:08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친환경’이라는 말이 붙지 않은 패션 브랜드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환경은 지금 패션의 중심에 있다. 환경을 넓은 의미로 해석했을 때 ‘공정 거래’가 붙은 제품이나 몇 년 전부터 매거진과 브랜드에서 끊임없이 시행하는 ‘유기견 캠페인’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전혀 찾아볼 수 없던 화두들. 왜 패션업계는 갑자기 착해진 것일까?기업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이를 ‘윤리적 마케팅’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환경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이와 관련된 봉사를 하거나 책임을 지는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실제로 국내 패션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환경 마케팅이 3대 마케팅 중 하나에 있고, 영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윤리적 의류에 대한 지출은 비슷한 다른 소비재에 비해 5배 정도 많다고 한다. 또 한 고객이 윤리적 상품을 구입했을 때 같은 브랜드를 재구매할 확률이 크게 올라가는 것이 파악되기도 했다.
게다가 환경이 전지구적인 관심을 끌면서 패션계는 항상 비난의 대상이었다. 폐의류의 쓰레기 문제, 섬유를 가공하기 위해 쓰이는 독성 물질들, 동물 학대 등. 이를 반대로 적용해 에코, 윤리적으로 끌어내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더없이 좋은 역할을 한다. 연예인이 공인으로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 이미지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한 예다.
윤리적 마케팅은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것을 서로 만족시켜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윤리와 마케팅의 간극을 생각해보면 가감없이 믿기에 무리가 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그린’, ‘에코’, ‘반려견’ 등 단어가 주는 긍정적인 느낌을 무조건 받아들이기 이전에 그 행위가 윤리라는 근본에 얼마나 충실한지 살펴봐야 한다. 실제 ‘보여주기’식의 마케팅이 흔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 예로 2~3년 전의 에코백 열풍을 생각해보자. 굉장히 많은 기업들이 에코백을 만들어 공짜로 나눠주거나 행사 상품으로 저렴하게 팔았다. 재활용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는 좋지만 이를 대량으로 만들어 공짜로 나눠줬을 때 패션계가 가장 큰 지적을 받고 있는 쓰레기 문제는 간과한 것이다.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에코백에 브랜드 로고를 찍어 나눠준 것은 홍보와 윤리 사이에서 홍보쪽에 무게를 더 실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SPA 브랜드들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저렴한 값에 많은 상품을 선보이는 SPA 브랜드는 과소비와 충동 구매를 부추기는 ‘패스트 패션’의 대표로 여겨지며 환경적으로 지적을 받아오곤 했다. 최근 에코 라인을 만들고 유기농 소재를 사용하는 등 SPA 브랜드들의 이미지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눈에 띄게 보인다. 하지만 제품수가 방대한 것에 비해 이는 굉장히 일부분이다. 심지어 앞에서는 에코를 외치며 뒤에서는 재고 제품을 재활용하거나 디스카운트 해 판매하지 않고 모두 태운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리적 마케팅을 바람직하게 사용하는지를 판단할 때 ‘지속가능한지’의 여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의류 브랜드가 주축이 돼 만든 비영리 단체 ‘지속가능한 의류 연합(Sustainable Apparel Coalition)’은 미국 환경 보호청과 힘을 합쳐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방안을 강구한다. 폐기물, 수질, 공정 거래 등의 데이터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을 내세우거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패션 업계의 부정적인 측면도 공개해 단기적으로 기업 이미지에 손실을 볼 수 있음에도 장기적으로 함께 발전해 나가겠다는 윤리 의식이 깔려있다.
배우 엠마 왓슨 또한 패션 그룹 피플 트리와 함께 ‘엠마왓슨 라인’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모든 제품이 100% 유기농 면으로 제작됐고 바나나 섬유 모자나 사탕 포장지 목걸이처럼 기발한 아이템도 다수 선보였다. 모두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서 정당 대가를 치루고 수공예로 제작돼 그 의미를 더했다. 이는 스타를 활용한 거품 마케팅이 아닌 모든 과정의 윤리를 지키면서 타 브랜드의 모범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를 받았다. 사회적 기업인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일회용과 쓰레기가 난무하는 웨딩 산업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옥수수 전분, 쐐기풀 섬유 등 친환경 섬유로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이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결혼식을 진행한다. 수익도 사회에 다시 환원한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겉모습을 중시하는 패션 업계에서 환경과 윤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감탄할 일이다. 하지만 비용을 치르면서도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해 일시적인 눈속임보다는 장기적인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윤리적 마케팅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