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으로 봐 주세요” 무대의상가 ‘이병복, 3막3장’ 전시 스케치
- 입력 2013. 05.03. 17:04:55
-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어제 2일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아르코미술관에서 우리나라 1세대 무대의상가이자 무대미술가인 ‘이병복, 3막 3장’의 오프닝 리셉션이 열렸다.
행사장을 찾은 이들 앞에 선 이병복은 연극에 발을 들여놓은 23살 이후 6·25와 가정생활 등을 제외하고 근 60년간 무대의상과 제작을 담당했음에도, 여전히 ‘무대미술가’라는 호칭이 듣기 거북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팔순에 접어들며 더는 현장에 있는 것이 염치없다고 느꼈다는 그는, 그렇게 무섭고 겁나면서도 마음은 항상 무대에 있었다고 고백했다. 또 이번 전시가 노추(老醜)나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탁과 함께, 관람객들에게 부디 마음으로 보아달라고 당부했다. 그와 함께 극단 자유에서 새로운 반역사극을 표방하며 배우 추송웅, 김금지 등과 작업을 했던 연출가 김정옥은, 이병복이 고운 마음씨와 풍부한 감정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극단을 포용했던 것에 고마움을 전했다. 또 이병복의 무대의상과 미술은 엄연한 현대 설치미술에 닿아있다며, 그의 폭넓은 예술성을 강조했다. 더욱이 ‘피의 결혼’등에 쓰인 무대의상은 단순한 소도구가 아닌 무대 그 차체와 같았다고 답해, 평소 “의상도 하나의 배우”라고 강조했던 이병복의 철학을 뒷받침했다.한편 ‘아카이브, 기억의 잔상’이라는 제목으로 마련된 제1전시장은, 1969년 이병복이 서양화가이자 남편인 권옥연과 함께 서울 명동에 설립한 카페 떼아뜨르의 입구와 무대 등이 일부 재현됐다. 또 대본과 포스터와, 리플렛과 에스키스 등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이병복의 활동과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됐다. 또 그가 준비기간 내내 잠을 못 자며 직접 제작했다고 알려진 제2전시장은, ‘3막 3장 : 삶은 연극보다 더 진한 연극이다’라는 제목으로 연출됐다. 이곳에는 ‘뒷광대의 독백’이라는 말로 그의 서울 장충동과 남양주 무의자 작업실이 꾸며졌다. 또 1991년 그에게 체코 프라하 콰드레날레 의상상을 안긴 삼베와 종이로 만들어진 ‘왕자 호동’ 무대의상과 1992년 삼베로 만든 ‘노을을 날아가는 새들’ 무대의상 등이 있다. 그리고 전시장 구석 바닥에는 ‘피의 결혼’의 어머니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온모 등의 대사 아래 적힌 이병복의 짧은 문장은, 아들을 잃었던 그의 슬픔을 대변하고 있다.
1966년 그가 극단 자유를 창단할 때 인연을 맺었던 연극배우 박정자는 이병복 선생은 지금도 아날로그 세상에 계신 분이라며, 손작업으로 이루어진 108개의 불상을 예로 들었다. 박정자가 봐온 그는 지금껏 종이와 헝겊 그리고 바늘과 실을 만지며, 달라진 세상과 당신이 맞지 않는다고 낯설어하는 분이다. 또 그의 예술성은 배우거나 가르쳐서 되는 일이 아니라며, 그의 의상과 무대가 있으면 배우는 저절로 빛났다고 술회했다. 그렇게 이병복의 인생과 예술이 오롯이 이야기를 걸어오는 이번 전시는, 월요일을 제외한 5월 3일부터 6월 30일까지 오전 11시부터 밤 8시까지 열린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아르코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