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시장에서 소외된 20대 "우린 어디로 가야하나요?"
- 입력 2013. 05.03. 20:40:48
-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여유 있게 쇼핑을 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떠밀리듯 옷을 고르고 계산하려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SPA브랜드가 세일이라도 하는 날에는 매장 앞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취업난으로 소비 주체의 연령이 점차 높아지면서, 20대 소비자에게 초점이 맞춰졌던 패션시장이 자신을 가꾸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40~50대 ‘루비족’ 여성들에게 넘어갔다. 그만큼 젊은 층이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물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SPA브랜드가 20대를 겨냥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지만, 찍어낸 듯 비슷한 디자인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 선뜻 구매하기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오감을 만족시켜주던 가로수 길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나 고유의 느낌이 사라졌고, 대학가나 그 밖의 쇼핑공간도 대기업의 사업 확장으로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저렴한 가격으로 디자이너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에이랜드'나 '원더플레이스', '스파이시칼라' 같은 복합 편집 숍인데 이처럼 여러 가지 브랜드를 위탁이나 매입 형태로 꾸며놓은 매장은 그리 많지 않아 구매가 한정적이다.
또한 웅장한 사운드의 음악과 개성을 살린 매장 분위기가 인상적인 스트리트 브랜드가 백화점이나 대형 매장으로 입점 되면서 독립적인 공간에서 느껴지던 고유의 분위기를 잃어가고 여유마저 사라졌다.
대형브랜드가 무조건 크게 몰려있다고 청년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단순히 옷을 구매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는 20대는 하나를 사더라도 차별화된 디자인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하길 원하고, 유행은 따르되 확고한 자신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변화에 매우 민감한 고객층이다.
거기서 거기인 식상한 디자인과 다양한 연령대가 특색 없이 분비기만 하는 혼잡한 쇼핑공간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젊은 소비자들은 결국 지갑을 닫게 됐다. 그리고 앞으로도 SPA브랜드 대세에 휩쓸리듯 획일화 되고 있는 유통구조로 인해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급히 먹은 밥은 결국 체하기 마련인데, 판매에만 초점을 맞춰 무조건 빠르게만 외쳐대는 정신없는 패션시장은 다양한 감성을 누리길 원하는 젊은 층의 마음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옷이 아닌 멋을 입기 원하는 청년들은 점차 갈 곳을 잃어버리고 있고, 개성을 잃은 패션은 나이 들고 있다. 감성을 사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20대를 위한 특색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MK패션DB,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