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 단체 우울증에 빠지다!” [패션 뒷담화①]
입력 2013. 05.06. 08:18:01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2008년, 최진실이 화려한 배우의 삶을 마감한 이후 지금까지 우울증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최진실이 발원지라기 보다는 사회 곳곳에 만연돼있지만 돌아보지 않았던 심각한 사회적 소외 병증의 발견이라는 해석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대중은 그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우울의 이유, 화려했지만 결코 만족하며 살 수 없었던 삶에 공감하고 스타조차도 헤어나오기 힘든 치열한 현실에 좌절했다.
소비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역시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생존을 위해 여타 브랜드 혹은 동일한 자회사 브랜드와의 경쟁도 불사해야 하고 멈추지 않는 승승장구에 안도하기 보다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과 빠른 성장이 주는 조로 증세의 두려움을 안고 있다.
패션소비시장의 중심에 있던 상당 수 여성복 브랜드들이 우울에 의한 조로증을 겪고 있다. 영원불멸의 정상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 속성상 조로 증세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여성 캐릭터캐주얼이 힘을 잃고 영 캐주얼로 주도권을 넘기면서 극심한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캐릭터캐주얼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우울에서 벗어나든가 아니면 우울과 함께 좌초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M 브랜드는 최근 캐릭터캐주얼의 우울과 운명을 같이하는 듯하다. 내부적으로 이런 저런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기업 오너에 대한 여전한 부정적 여론과 함께 정형화된 스타일에 고립돼있다는 업계의 시선을 이탈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브랜드의 우울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여성복브랜드 한 디렉터는 “일일 매출 실적을 검토하면서 한번도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다”고 토로하면서 “매출이 높은 날은 다음에 무엇을 팔아야 할지 걱정해야 한다. 매출이 오른다고 좋아한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진정한 프로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명 연예인들이 우울증에 대한 경험을 토로하면서 인기가 오를수록 두렵고 그래서 더 외로움과 불안증이 심해진다는 고백과 유사한 감정 상태임을 짐작하게 한다.
더욱이 인터넷, 모바일의 발달로 동시성이 가능해진 열린 사회는 브랜드이든 스타든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이들에게 강한 심리적 육체적 압박을 준다.
브랜드 우울증이 심각한 이유는, 브랜드를 만드는 구성원들에게 큰 패배감을 경험하게 하고, 경쟁 브랜드까지 위기로 몰고 가는 도미노 현상이 이어지게 되고, 기업의 존폐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우울의 가장 비극적 결말은 자살이다. 브랜드 역시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다소 차이가 있다면 세상을 향해 종언을 고하는 것이 브랜드 스스로가 아닌 기업에 의해 방법과 시간이 결정되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타살을 가장한 자살이다.
심각한 불황이 이어지면서 무수히 많은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기업 역시 브랜드를 뒤따라 소비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 캐주얼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신규 브랜드 론칭 작업을 오래하다 보니, 이제는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된다”면서 “브랜드 론칭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런 인스턴트화된 신규브랜드의 무의미한 규격화가 결국 브랜드들에게 유전적으로 우울증 인자를 심어주는 것이다.
브랜드에 대해 진중하지 못한 태도를 취해온 이 기업은 회사 자본 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돼 최근에는 기업을 상징했던 건물마저 매각하고 사업을 축소시켜 과거의 영화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 기업 근무자들이 단체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한때 20대 ‘핫 가이’ 스타일의 상징이던 이 기업의 C 브랜드 역시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는 브랜드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혁신적으로 여겨지던 뉴트럴 톤 컬러와 레이어링에 기반을 둔 루즈한 실루엣이 이제는 보는 이들의 눈을 피로하게 하는 생동감 없는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조슈아 울프 솅크는 그의 저작 ‘링컨의 우울증’을 통해 우울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유머의 핵심이면서 그 배후가 되는 것은 불행이다’ 우리는 유머를 즐거움과 같은 것으로 보지만, 웃는다고 해서 또 남을 웃긴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즐거움의 표시는 아니다. 사람들이 슬플 때 웃고, 행복할 때 운다는 사실은 즐거움과 슬픔의 심리학적 관계를 잘 보여준다”
이를 패션에 적용하면, “화려함의 핵심이면서 그 배후가 되는 것은 초라함이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설득력 없는 화려함으로 치장한 패션은 초라함에 대한 복수극과도 같다. 그래서 화려할수록 우울해질 수 밖에 없다. 복수극은 항상 그렇듯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 끝없는 게임과 같기 때문이다. 우울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존감을 찾는 길이다. 기업은 스스로 그리고 분신인 브랜드의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 길 찾기에 집중해야 이 끝없는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m/사진=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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