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다더니…한 달도 안 돼 또 반값?
입력 2013. 05.06. 09:18:21
[매경닷컴 MK패션 백혜진 기자] ‘저렴이 화장품’브랜드들이 '고가의 화장품만큼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는 홍보 문구를 앞세워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까지 더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때문인지 연령을 불문하고 국내 중저가 브랜드 로드숍을 찾는 여성들의 발길이 꾸준하다. 검증된 품질에 착한 가격까지 갖춘 ‘저렴이’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 브랜드숍끼리의 가격 경쟁도 치열해 연일 ‘반값’을 내세운 세일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더 저렴'한 행사를 진행하는 착한 화장품의 넉넉한 ‘인심’에 소비자들의 의심어린 시선은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화장품 시장을 장악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내 중저가 브랜드숍은 2000년대 초반 출범한 '미샤'를 필두로 다양한 브랜드숍이 후발주자로 나서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1만 원 이하의 저가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저렴이 화장품’이 고가의 수입브랜드를 대체할 정도로 품질을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가격이 예전 같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폼클렌징, 핸드크림 등의 미끼상품마저도 가격이 인상되며 초창기만큼의 저렴한 제품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기초라인도 기능성을 더해 2만 원대에서 최대 5만 원대까지 호가하는 상황. 이렇다보니 고가 수입 브랜드에 비해서 저렴한 것은 확실한데, 5만 원을 훌쩍 넘는 보습 크림에 ‘저렴이’라는 수식이 언제까지 통용될지는 의문이다.
이에 각 화장품사 관계자들은 기능성 제품의 질이 높을뿐더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 등의 부수적인 비용을 포함해 가격 책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여전히 저렴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말이 무색하게 한 달이 멀다하고 50% 반값 세일이 이어지고 있다.

과열된 할인 경쟁…‘핵 보다 세일’
현재, ‘감사의 달’인 5월을 맞이해 세일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브랜드숍은 대표적으로 N사, T사, E사 등이 있다.
N사는 지난 5월 3일부터 12일까지 최대 50% 할인 판매 기간을 갖는다. 지난 4월 초에 5일 동안 봄맞이 세일 행사를 실시한지 한 달 만이다. 3월에도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30~50%의 할인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올해 들어 3번째 이벤트 행사를 실시했다.
국민 첫사랑으로 불리는 걸그룹 멤버를 전속모델로 내세운 T사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지난 4월 25일부터 오는 8일까지 품목별로 최대 50%까지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한 달 전인 3월 26일에도 이미 8일간 최대 40% 할인이 적용되는 이벤트를 연 바 있다. 이 행사는 2월 22일부터 3월 5일까지 열린 창립 10주년 기념 세일을 마친지 단 20여일 만에 열린 세일 행사다.
E사는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6일 동안 ‘스위트 빅 파티(Sweet Big Party)’라는 이름으로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했다.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4일간 멤버십 데이를 통해 회원 대상으로 최대 50%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3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스위트 빅 파티’가 진행된 지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벌어진 행사다. 2월 중순에도 4일 동안 ‘스위트 빅 파티’가 진행된 바 있다. ‘스위트 빅 파티’라는 이름의 세일은 정기적이지도 않았다. 1월에는 11일부터 14일까지 4일 동안 새해맞이 'New Year’s Party라는 이름으로 핑크멤버십 회원 모두에게 최대 50%까지 할인 행사를 한 바 있다. E사의 세일 이벤트는 그저 심심하면 연락 오는 전 애인처럼 잊히기도 전에 찾아오기 바빴다.
이벤트나 할인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던 타 회사들 역시 잦은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I사 역시 멤버십 데이라는 이름으로 4월 12일과 13일, 양일간 회원을 대상으로 최대 30% 세일 행사를 했다. 2월에는 ‘해피 빅세일’라는 이름으로 이벤트를 실시해 최대 50%까지 할인했다. 공교롭게도 행사 시작 날이었던 2월 12일 오전 북한의 3차 핵실험이 강행됐음에도 포털 인기검색어 순위 1위에 I사의 이름이 오르며 ‘핵실험도 날려버린 세일’이라는 명예를 안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I사는 새해가 시작되는 1월 중순에도 3일간 ‘새해맞이 멤버십 데이’를 실시했다. 올해만 벌써 4번의 할인 행사를 가진 셈이다.
한류스타로 꼽히는 남성 트리오를 전속모델로 삼은 T사는 다른 브랜드숍과는 달리 비교적 세일이 적었다. 지난달 중순에 4일 동안 ‘여성지킴이 캠페인 기념 빅세일’을 걸고 반값세일을 실시했다. 이전 세일은 2월 28일일부터 4일 동안 ‘2013년 짜릿한 첫세일’을 진행한 이후로 2013년 세일은 총 2회에 그쳤다.
M사는 매달 10일을 전후로 3일 동안 ‘미샤데이’를 지정해 전 품목 20~3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1년에 두 번은 ‘빅세일’을 통해 약 한 달간 최대 50% 세일을 실시한다. 새해맞이 행사 시작 날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에서만 특별히 ‘Korea Grand Sale’을 내걸고 한 달 이상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연중무휴 할인, 저렴한 거 맞아?
이처럼 새해맞이, 봄맞이, 입학축하, 여름대비, 가을맞이, 연말맞이, 크리스마스 기념 외에도 멤버십 데이 등…. 분기별로 계절이 바뀔 때를 포함해 ‘멤버십 데이’까지 한 달이 멀다하고 브랜드숍이 일괄적으로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때문에 세일 기간 외에 구매는 ‘미련한 소비’일 수밖에 없다. 세일이 아닐 때 구매하면 손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구매해야 되는 품목 리스트를 뽑아 세일 기간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라며 “세일기간이 금방 돌아오기 때문에 굳이 세일 외의 기간에 금액을 더 주고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세일과 비세일 기간의 가격 차이가 최대 50%까지 나다보니 일부 네티즌들은 달마다 개인 홈페이지, 블로그에 브랜드별 세일 기간을 모아놓은 세일 달력을 공유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할인 행사에 1+1의 프로모션 할인까지 포함하면 할인 행사는 연중무휴에 가까운 셈이다.
S사는 이러한 마케팅 전략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처음부터 정직한 가격으로 365일 노세일 중’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도 했다. ‘정직한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의구심을 읽은 마케팅은 아닐지.
한 전문가는 “할인 행사 경쟁이 과열될수록 소비의 불균형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브랜드 신뢰도까지 저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경닷컴 MK패션 백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MK패션, photopark.com,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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