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대문을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어요” 디자이너 서영수 ② [인터뷰]
- 입력 2013. 05.06. 10:58:27
-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카이자이’의 실패로 경제적으로 큰 곤란을 겪었지만, 이 경험은 그에게 옷에 대한 태도를 전환하게 했다. 옷은 편하고 쉬워야 하며, 또 입었을 때 느낌은 전위적이더라도, 착장 자체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백화점 입점의 실패 끝에, 그렇게 그는 동대문에서 ‘엣뮤’를 시작하게 됐다.“밤에 동대문 도매시장 쪽에 가서, 장사할 걸 납품하는 오토바이 아저씨들이 지나가면, 제가 잠깐만요 하고 어디서 오느냐고 물어봤어요. 시장에서 도매하는 사람들에게 어디서 만드느냐고 물어보면 안 가르쳐주잖아요. 그래서 거꾸로 전화번호를 물어보면서 역추적을 했죠. 그런데 제가 ‘카이자이’를 할 때 재킷을 4만 원에 만들었다면, 여기서는 1만원에 만드는 거예요. 물론 바느질이 좀 차이가 났지만요. 또 동대문시스템은 소량만 만들어서 그날 다 팔고, 주문을 넣으면 밤에 옷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동대문이 디자이너 계의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한 5년 동안 동대문에서 ‘앳뮤’의 생산시스템을 구축했죠. 보통 브랜드는 다시 주문이 들어가면 1달이 걸리는데, 저희는 1주일이면 모든 게 끝나요. 그렇게 쇼할 돈도 모아서 ‘서영수.씨’라는 컬렉션 라인도 구축하게 됐고요”
그는 솔직히 처음 두타에서 불렀을 때, 아무리 망했다 하더라도 어떻게 동대문에서 자신을 부를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백화점과 달리 현금으로 결제하고 또 판매 후 입금하는 두타의 유통 시스템 덕에, 그는 그날 옷을 팔고 바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금세 일어섰다.
“아무래도 24시간 영업이다 보니 처음에는 고생을 좀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밤에 엎드려 스케치해서 잠깐 눈 좀 붙였다가, 아침에 동대문종합시장 원단을 갖고 공장을 들어가서 낮에 자는 생활을 한 6개월쯤 했죠. 그렇게 처음엔 사무실도 없이 집에서 하다가, 매니저와 보조 디자이너가 들어와서 사무실도 얻고 2009년 즈음 장안평으로 나갔어요”
1년 반 동안의 백화점 입점 브랜드로서 좌절과 동대문에서 6개월 만의 부활. 그는 그런 자신을 굉장한 수혜자라고 얘기했다. 재고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과, 현금 위주로 돌아가는 두타의 유통방식이 그에게 큰 힘이 된 것이다. 더욱이 일반 브랜드의 제품 체계나 완전한 시장 방식도 아닌 ‘엣뮤’ 만의 생산 시스템은 이제 거의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으로 그는 이런 생산 시스템과 유통방식이 더 보급된다면, 대한민국 패션계가 정말 패션 강국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젊은 디자이너 모두를 이러한 유통에서 포용할 수는 없기에, 우리 대형 백화점의 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화점 1, 2층에는 수입 브랜드가 포진하고 거기에 있는 소수의 한국 브랜드마저 모두 대기업 소속이라면, 결국 작지만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의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인지도에 대한 고민으로 대형 백화점 몇 곳만 시범매장을 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년 가을부터 서울컬렉션에 참가한 ‘서영수.씨’는 아직 완성된 건 아니에요. 그래서 상품화시키는 건 우선 ‘앳뮤’ 매장 한 편에 조그맣게 내려고요. 그리고 만약 대형백화점에 입점하면, 거기에는 컬렉션 라인만 끌고 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동안 못했던 저만의 디자인을 마음껏 펼쳐봐야죠”
이번 가을/겨울 쇼를 통해 그는 예전 ‘수 디자인’ 무렵 파리에서 그에게 첫 주문을 했던 구매자에게 다시 연락을 받았다. 그는 ‘수 디자인’의 니트브랜드 그리고 ‘카이자이’로 몇 년간 프레타포르테에 참석했지만, ‘앳뮤’를 하면서는 'Preview in China 2012' 등 북경에서 열리는 쇼만 연속해서 참가했다. 많은 일반인에게 여전히 어려운 소재로 받아들여지는 ‘니트’에 그가 느껴온 매력은 무엇일까.
“니트는 다른 소재보다 부드러워요. 일반 우븐은 이미 짜인 조직과 소재 안에서 디자인 하는 건데, 니트는 소재 기획부터 같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제가 좀 느슨하게 짜든지 혹은 조여 줄 수 있고요. 실을 섞었다 뺐다 할 수 있는 부분 그리고 마음대로 앞 조직과 뒤 조직을 만지고 꽈배기를 넣을 수도 있어요. 또 몸에 닿아서 해롭지만 않으면 니트로 못 짤 게 없죠. 한지를 꼬아서 짤 수도 있는 거고. 모기장도 잘라서 장력만 있으면 엮어서 니트가 되고요. 게다가 입었을 때 계속 흘러내리면서 의도하지 않은 멋이 생겨나는 부분이 재밌어요. 니트는 제가 디자인을 해놓고도 스케치와 다른 경우가 아주 많거든요”
하지만 그는 니트 소재가 굉장히 돈이 많이 들어가기에, 단지 니트 디자이너로만 불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 올 5월 그는 지난 서울패션위크 기간 중 제너레이션 넥스트에 참가한 '자렛(JARRET)'의 디자이너 이지연과 협업한 아트북을 출간한다. 더욱이 작년부터 쇼를 준비하며 불쑥불쑥 남자 모델에게 옷을 입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특유의 파마머리 속 얼굴 위로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송선미 기자, SEOYOUNGSOO.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