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제 애인도 클라라처럼 입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패션다큐 ⑫]
입력 2013. 05.06. 21:41:20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줄무늬 레깅스를 입고 등장한 클라라의 패션에, 여전히 인터넷이 들썩였다. 우선 하얀 바탕에 검은 줄이 들어간 레깅스는 사실 그가 LG 트윈스 팬이라는 귀여운 음모론이 등장했다.
배꼽이 드러나는 짧은 상의에 풍만한 몸매를 가진 그에게, 많은 남성 팬들은 ‘시구 대통령’이란 호칭을 부여했다. 오히려 허리 오른쪽 고무밴드가 제대로 접히지 않음에 아쉬움을 나타냈으니까. 또 두산 베어스의 마스코트인 ‘철웅이’에게 허리를 숙여 글러브와 공을 받는 모습에 ‘존경심’이라는 표현마저 등장했다. 이처럼 패션과 자세 모두 일품인 클라라의 초개념시구에, 누리꾼들은 흐뭇해하거나 넋이 나간 채 손뼉을 치는 더그아웃을 주목했다.
5월 가정의 달 최고의 선물이었다는 댓글 세례를 받은 클라라의 시구 패션은, 그러나 트위터에서 남성연대 성재기 상임대표에게 ‘80년대 매춘부’만도 못하다고 평가 절하됐다. 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이 문란한 시대는, 여자들의 지위가 높았고 남자들은 멍청했으며 그런 사회는 어김없이 몰락했다고 글을 남겼다.
게다가 여자들이 머리 말고 몸을 앞세우는 세상은 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여성의 과도한 노출은 과학적으로 남자들의 발정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근거에 대해 “당신 와이프라도 그렇게 입힐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며 “내가 클라라 의상을 비판한 것은 클라라와 내 와이프를 같은 여자로 봤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예전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불편한 진실’에서는 동네 호프집에서 걸그룹 멤버들을 보며 누구와 사귈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대학생들을 풍자한 적이 있다. 따라서 성 대표가 클라라를 자신의 아내와 동급에 놓고 고뇌한 것은, 어쩌면 평범한 남성들로서 충분히 연대할 수 있는 내용일지 모른다. 하지만 클라라의 시구 패션을 통해 정작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야동을 성범죄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아청법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는 남성들에게 야동과 달리 시구하는 클라라를 보면 무덤덤하냐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여성의 과도한 노출은 성범죄 피해자만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성범죄와 여성노출은 상관없다는 여성계의 주장 역시 헛소리이므로, 여성들도 옷차림을 조심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패션계에서 여성의 노출은 이성을 의식한 것이라는 단순한 남자들의 희망과 달리, 기본적으로 여성들끼리의 경쟁 심리에 달려 있다는 복잡한 배경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 따라서 애꿎은 여자 연예인보다, 당시 아동성범죄에 대한 분노에 애써 모은 소장물을 지목한 대부분의 ‘남성’ 국회의원을 문제 삼는 것이 오히려 더 사나이다운 태도는 아닐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여성을 ‘성 노예’로 취급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이식받은 조선이 식민지의 질곡에 허덕였다면, 우리는 지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대통령이 미국을 순방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더욱이 클라라의 아버지 이승규는 1988년 그룹 코리아나 멤버로 서울 올림픽 개막식 공식 주제가를 부르지 않았던가.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ESP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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