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카 코리아 이미숙 노조 위원장, 그가 1인 시위하는 이유
입력 2013. 05.07. 16:35:09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점심시간 무렵인 오전 11시 30분, 엘카 코리아(ELCA Korea) 본사인 강남 메리츠 타워 앞에 한 여성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이미숙 노조 위원장이다.
에스티로더 컴퍼니즈(대표 에르베 부비) 한국지사 엘카 코리아의 이미숙 노조 위원장은 지난 2008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총파업을 했을 당시에도 함께했다. 당시 로레알과 샤넬도 파업 직전까지 가기는 했으나, 결국 국내 화장품 업계로는 처음으로 엘카 코리아가 파업에 돌입해 화제가 된 바 있었다.
당시 엘카 코리아는 한 매체를 통해 화장품 업계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직원들의 대우는 최하라는 평을 받을 만큼 열악한 근무 조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에 노조 측은 총파업을 하며 기본급인상, 인상률 차등 지급 거부, 노동조합 인정 등 3가지 중점 방안을 개선해달라고 본사에 요청했었다.
그는 “2008년 총파업 이후 근로자에 대한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 월급의 차등 폭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노조가 생기기 전과 비교했을 때 그 차등 폭이 거의 없어졌다고 볼 수 있을 만큼. 그 사이 회사도 많이 성장했고 직원도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그 이상의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2013년, 이미숙 노조 위원장은 홀로 다시 시위에 나섰다. 그는 홀로 매일 점심시간 1시간씩 시위를 하고 있다. 약 한달 째다.
이 위원장은 “현재 조합원 대상이 1,800명 정도 되는데 실제 조합원인 직원은 이 중 50% 정도밖에 안 된다. 회사에서 조합원 탈퇴를 종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지만 일부 조합원이 탈퇴를 했고, 그 정황을 포착, 증거를 제시해 노동부 강남지청에 고발을 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이에 엘카 코리아 관계자는 “모든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만들고 또한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서 모든 직원을 위한 복리후생 및 일하기 좋은 환경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조의 가입과 탈퇴는 개인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고 당사는 한국의 모든 관련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고발은 현재 조사 중으로 알려졌다. 여태껏 회사와 대화로 이야기를 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고. 현재 노조 측은 회사 처벌 여부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본사 상대로 알려야 하고, 동시에 이런 만행을 국민들이 알아야 하지 않나’ 싶어 결과가 나올 때까지 1인 시위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에스티로더 컴퍼니즈가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바비 브라운, 맥, 오리진스, 라메르, 랩 시리즈, 달팡, 아베다, 조말론, 최근 들어온 톰포드까지 내로라 하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전개하는 기업인 줄은 알아도, 이곳에 종사하는 이들이 처한 부당노동행위를 모르는 이들은 많다는 소리다.
이 곳 뿐만 아니라 화장품 업계는 대부분은 노조 형성 자체가 ‘꿈도 못 꿀 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위원장 역시 이런 것은 비단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화장품 업계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할 사항이 여전히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직도 근무 시간이나 노동 강도에 비해서 업계 전반적으로 대우가 낮다. 우리 같은 경우는 호봉제가 아니고 성과제다 보니 연차가 높아도 월급이 들쑥날쑥하다. 이런 급여 체계를 많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화점 1층에서 수입 화장품을 판매하는 판매사원들은 하루 11~12시간 동안 서서 근무를 한다. 임금은 대체적으로 낮은 편인데다가 고객이 아닌 직원이 앉을 수 있는 의자조차 거의 없다. 같은 판매사원이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매장에 따라서, 자신이 판매하는 브랜드에 따라서 임금을 다르게 받는 차등 지급 방식으로 임금을 받고 있다. 게다가 그들의 일터인 백화점마저 근로자의 입장을 헤아려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백화점에서 근무하면 사실 본사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파견 직원이기 때문에 백화점 측에서 직원관리를 해서는 안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백화점은 갑이고 브랜드는 을의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 백화점에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그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일부 따라야 하긴 하지만 일단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은 브랜드 측이기 때문에 브랜드도 책임지고 직원 관리를 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간 엘카 코리아 에스티로더에서 16년째 근무했던 이미숙 노조 위원장은 현재 같은 입장의 근로자들을 대변하고 있지만, 그 역시 올해 9월 임기가 끝나면 다시 평범한 에스티로더의 직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위원장으로 몇 개월 남지 않은 이 시점, 그는 연장근무에 지쳐있는 직원들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 화장품 코너는 연장근무가 유독 많다. 인원보충이 안되서 연장근무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백화점이 10시30분에 오픈을 하기 때문에 보통 오전9시~9시30분에 출근을 한다. 그리고 밤 9시가 지나야 마감을 하고 퇴근할 수 있다. 대부분이 이렇게 12시간씩 일을 하다 보니 힘들다. 그나마 직원이 많아야 전체적으로 연장 근무를 줄일 수 있다. 본사는 인원 투입을 해서 직원들의 건강권이나 휴식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근로 환경 탓에 화장품 업계 판매사원 중에는 장기 근속자를 찾기 쉽지 않다. 당연히 이직률도 높다. 일이 힘들지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 판매사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지만 업계는 묵묵부답.
5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화장품 기업은 소비자의 불만은 잘 들어도, 겉으로 가족 같다고 말하는 근로자들의 외침에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아무리 국내 화장품 시장이 발전하고 있고 수입 화장품 역시 국내에서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업계 종사자들의 처우는 여전히 ‘아직’ 인 듯 하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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