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 “누구를 위한 인증인가?”
- 입력 2013. 05.09. 15:14:24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의 업체 및 상표 확대 시행(2013년 3월 1일)이 시작된 이후 두 달 여가 지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대형유통의 명품 및 몇몇 유명 수입브랜드 병행수입제품 파격 할인 판매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병행수입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 해소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달리, 중소 독점수입업체들은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가 고스란히 대형유통업체의 이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불만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관세청이 발표한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 확대 시행 안에 따르면, 수입업체만 사용할 수 있었던 통관인증제도에 병행수입물품을 판매하는 대형 홈쇼핑, 쇼핑몰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자체 관리 능력 부족해 통관인증대상업체로 등록할 수 없었던 중소 병행수입업체도 판매업체를 통해 통관인증표시를 부착할 수 있게 됐다.
수입공산품 가격 인하를 목적으로 95년 11월 병행수입이 허용된 이후 다양한 경로로 명품 및 유명 수입브랜드 제품이 국내로 유입돼왔다. 그러나 병행수입제품은 병행수입제품전문 편집매장이나 인터넷을 통해 대부분이 유통돼 독점 수입업체의 철저한 브랜드 이미지 관리체제 아래 판매되는 상품과는 구분이 이뤄졌다.
병행수입제품 대부분이 아웃렛을 통해 수입된 경우가 많고, 병행수입업체의 경우 유통되는 브랜드나 매장의 이미지보다는 판매만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독점 수입업체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사안이 없었다.
그러나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 확대 시행 이후,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병행수입 통관인증제도를 통해 진품을 보장하는 QR 코드를 부착한 명품 및 수입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 판매된 제품은 ‘에르메스’를 비롯한 ‘버버리’ 등 명품뿐 아니라 ‘라코스테’, ‘헌터’, ‘톰스슈즈’ 등 중고가 및 일부 중가제품까지 포함되는 등 병행수입품목의 폭이 넓다. 명품의 경우 고가라는 가격저항감 때문인지 아니면 창고형 매장이라는 유통형태와 실제 제품간 격차 때문인지 판매율이 낮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중고가 브랜드들은 현재 판매율보다 향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중소 독점수입업체들 사이에도 약간의 입장차이는 있다. 의류브랜드들의 경우 병행수입제품이 대부분 아웃렛을 통해 들어와 현저히 상품가치가 떨어져 다소 담담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가방이나 신발 등 잡화브랜드들의 체감도는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독점 수입업체 관계자는 “독점 수입업체와 병행수입업체에도 대형업체와 중소형업체가 있다.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는 일부 병행수입업체와 병행수입을 하고 있는 대형유통들의 몸집 불리기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다. 무엇보다 대외 이미지로 병행수입제품 판매에 소극적 모습을 보여온 대형마트와 홈쇼핑 등 국내 대형유통들에게 길을 터준 것은 심각한 위협요소”라며 이번 제도의 부정적 여파에 대해 설명했다.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외에도 대형마트를 비롯한 홈쇼핑 등 거대유통의 병행수입제품 판매는 이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클럽노블레스를 통해 명품 제품 판매의 성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22일부터 6일간 시행한 럭셔리위크 주간 중 6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평소 시간당 3~4억원이 팔리는 시간대에 12억원을 판매하는 등 높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현대홈쇼핑은 병행수입업체와 자사에서 직접 진행하는 병행수입 등 다양한 경로로 제품을 확보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확대 시행된 규정이 대형유통업체들의 병행수입제품 판매 확대로 이어질지 아직은 확언할 수 없다, 단, 관세청이 시행한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도가 국내외 경기 불황과 엔저현상 등 악재가 겹치고 있는 패션 및 화장품업체들의 힘을 빼고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