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 vs 패션업체 “당신 진짜 ‘갑’ 맞아?” [갑을 대격돌③]
- 입력 2013. 05.10. 17:41:33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백화점과 패션업체간의 갑을 관계는 진부한 이슈가 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신사로 군림해온 신세계백화점, 유통 윤리를 덕목으로 강조하면서 한동안 체질개선에 노력해온 롯데백화점. 이제 백화점을 ‘절대 갑의 횡포’라는 구호 아래 가해자로 몰아가기에 뭔가 멋쩍은 감이 있다.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소 부족한 듯하지만 현실감 넘치는 수수료 조정안을 제시하면서 백화점의 입장만 내세운 수치로 입점업체를 압박하던 관행도 한풀 꺾였다. 여기에 장기불황과 엔저현상에 의한 관광객 감소까지 더해지면서 백화점은 구매는커녕 줄어드는 내점고객으로 입점업체들에게 과거처럼 큰 소리를 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물론 백화점 바이어로 근무 중 결혼할 때 축의금으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지 못하면 그 사람의 능력이 의심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절 한 영업부장은 응급실에 링거주사를 꽂고 누워있다가 바이어 전화를 받자마자 술자리로 가서 화주를 계속 마셨다는 서글픈 무용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갑을 관계가 사라졌다는 전재아래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려는 것이 아니다. 과거 갑을 관계는 인간적임을 가장한 납득할 수 없는 관례상 거래라는 인식이 강했던 반면, 지금은 철저하게 실적과 유통의 정책 방향 즉, 서류와 전략상의 이성적 관계가 기저에 깔려있다는 점이다.
백화점과의 거래에서 ‘을’인 입점업체가 겪는 고충은 크게 37%까지 치솟고 있는 수수료, 매장 이동에 따른 인테리어 추가 비용 발생,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을 비롯한 마트 및 홈쇼핑 등 거대유통의 수수료 관행에 대한 제재조치를 추진하면서 연간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중소업체들의 수수료를 인하시켰다. 물론 패션부문의 경우 통로에 간이 매장 형식으로 운영 중인 일부 브랜드 등 극히 일부 업체들에게만 해당돼 다소 현실적 체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로컬브랜드는 35%가 기준이며, 신규 브랜드처럼 어느 정도 위험성을 내재한 브랜드의 경우 36~37%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특권층으로 분류되는 명품을 제외한 수입브랜드들은 29~33%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입브랜드의 경우 수입물량 등을 이유로 외형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에 로컬브랜드와 동등한 수준의 수수료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유통과 업체의 입장이다.
한때 ‘갑’인 백화점이 수입브랜드와 관계에서 한번의 고민도 없이 스스로를 ‘을’로 추락시킨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특혜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수입업체의 특수성을 고려치 않은 것으로, 수입브랜드 수수료 역시 높아지는 추세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입점업체들이 수수료를 자의든 타의든 수긍하고 있는 반면, 인테리어 비용과 관련한 불만의 목소리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계약서 상에 입점 후 1년 동안은 자리이동을 보장하고 있지만, 1년이라는 기간자체가 너무 짧고 1년이 안돼서 이동을 해야 할 경우도 발생해 인테리어 추가 비용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에 백화점 관계자는 “실상 1년 보장이 규정이지만 1년이 충분치 않은 것 같다. 3년까지는 아니라도 기간을 좀 늘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지 않은 것 아니다”라고 의외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겪은 탓인지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1년 안에 매장을 이동하게 될 경우 백화점이 인테리어 비용 일부를 지원해준다며 충분치는 않지만 백화점이 달라지고 있다고 견해를 전했다.
백화점의 최근 일련의 변화가 백화점과 입점업체를 갑과 갑으로 변화시킨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백화점은 매출이 좋지 않는 지방 지역점포를 포함시키는 ‘끼워 넣기 식’ 입점 조건을 제시하고 있으며, 매출을 높이기 위해 입점업체들을 강하게 채근한다,
부드러워진 ‘갑’에게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을’이 한마디를 건 낸다.
을의 한마디
“백화점이 갑이냐 아니냐의 논쟁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백화점은 ‘갑’일수도 ‘을’일수도 있다. 수수료는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백화점의 강압적인 자세가 상당수준 완화되고 있는 것 같다. 인테리어 비용 등 이런 저런 상황이 이전처럼 무조건 입점업체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문제는 매출에 대한 압박이다. 이걸 ‘갑’의 횡포라고 해야 할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엄밀하게 말하면 백화점간 알력다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월행사를 한 백화점에서 하면 물량이 없어도 행사를 타 백화점에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백화점 입점을 위해서 매출은커녕 매장 유지조차 불가능한 지역점 입점 조건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전국 매출을 집계하면 주요 점포에서 올리는 실적으로 지역점 손실을 메워는 식이 되고 만다. 물론 이는 관행처럼 인식되고 있어 새로울 것이 없지만 여전히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갑이 달라지고 있지만 더 달라지길 기대할 수는 없는 건가”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