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입구를 점령한 아웃도어 매장, 등산객에게는 찬밥신세?
입력 2013. 05.11. 19:06:29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모처럼 포근한 주말을 맞아 자연을 찾는 등산객들로 청계산은 입구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에서 만난 오색찬란한 복장과 완벽한 장비를 갖춘 등산객들의 모습은 아웃도어 시장이 얼마나 대중화되고 성장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현재 청계산 입구에는 국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가 밀집돼 매장 17곳이 영업중이다. 최근 3년 동안에는 5곳의 매장이 더 들어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막상 다수의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을 직접 찾아가보니 의외로 손님이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 등산객 인파로 활기를 띄고 있는 주변 식당이나 편의점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내로라 하는 유명 브랜드들이 2층 이상의 넓은 규모로 들어서 명당자리를 점령했지만 정작 덩치 값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매장은 30%부터 최대 80%까지 세일을 진행중이었고, 이월상품 특가전을 진행하지 않으면 몇 안되는 손님마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청계산에 위치한 아웃도어 브랜드 A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지점에서 자체적으로 특별 세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다”며 “대부분의 고객들이 티셔츠나 가벼운 모자, 지팡이 등 저렴한 액세서리를 찾기 때문에 매장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매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레이터 모델을 동원해 춤을 추는 등 프로모션까지 진행하며 등산객들의 관심을 끌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자연을 즐기러 온 등산객들은 이런 행사가 그리 반갑지 않을터. 등산객들은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좁은 길을 막고 선 손길들을 뿌리치며 눈살을 찌푸리고 옆으로 지나칠 뿐이었다.
등산객 김모씨는 “아울렛이나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등산하러 와서까지 쇼핑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게다가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땐 고가의 등산복 구매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가볍게 자연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무겁게 쇼핑을 하지 않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또한 등산 시 많은 현금이나 카드를 소지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이 급하게 필요하지도 않는 것이 사실.
오랜만에 도시를 떠나온 등산객에게 화려하게 줄지어 선 간판들은 그리 매력을 끌지 못하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장사에 자영업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산로 입구에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이 많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최근 몇 년 사이 아웃도어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브랜드마다 경쟁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인다. 특히 산 입구는 브랜드의 상징성과 홍보차원에서 매장 확보 경쟁이 과열된 상태고, 장사가 안 되더라도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매장을 오픈하고 있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아웃도어 매장은 소비자에게도, 판매자에게도 달갑지 않다.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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