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폴 고티에’ 성의 기준을 허물다!
- 입력 2013. 05.12. 11:41:21
-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기자] 1994년 장 폴 고티에의 여성 컬렉션을 보면 비슷한 옷을 입고 똑같은 화장과 머리를 한 남녀가 거울처럼 서있다. 성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표현했던 이 파격적인 컨셉이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 것이 85년도부터 그는 꾸준히 남자에게 치마를 입혀 왔기 때문이다.그의 남자 모델들은 스커트는 물론 발레리나 원피스인 튀튀까지 입었고, 여자 모델들도 아빠풍 핀 스트라이프 정장을 입은 뒤 파이프 담배를 물고 런웨이를 활보했다. 고티에는 사회적으로 정의된 남녀의 성 정체성을 과감하게 무너뜨린 디자이너 중 한 명인데, 남자의 것, 여자의 것이라는 진부한 규정 대신 양성의 코드를 유머러스하게 조합시키길 좋아했다.
1990년 마돈나의 ‘블론드 앰비션(Blonde Ambition) 월드 투어’를 위해 그가 직접 디자인한 원추형 브라, 일명 ‘콘 브라’는 돌출된 가슴 모양을 띈 코르셋 형태 겉옷으로, 가슴 라인을 강조한 채 열창하는 마돈나가 전 세계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것은 당연했다. 또 당시의 페미니즘 운동가들은 고티에의 과장된 코르셋이 여성성을 성적인 이미지로 억압한다고 맹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컬렉션에 자주 등장하는 원추형 브라가 섹시하면서도 강인한 여성성을 부각시키고 있고, 남녀를 내외시키던 패션 산업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틀림없다.
고티에는 남성복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는데, 미디에서 맥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길이의 남성용 치마를 선보였다. 또 그 역시 공식석상에서 치마를 즐겨 입는다. 기존에 있던 남자들의 치마라 해봐야 스코틀랜드 전통 복인 ‘킬트(Kilt)’나 일본 사무라이들이 입었을 법한 가운 형태의 치마로 극히 제한적이었다. 때문에 그의 남성용 치마가 패션계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처음 고티에의 남성용 치마가 출시되었던 1985년도에만 하더라도 한 시즌에 3,000벌 이상 팔려 나가는 기록을 세웠고, 뭇 남성들의 잠재된 니즈를 파악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성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남성용 치마나 여성용 수트를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남녀 공용’이라는 타이틀이 단순히 사이즈 공용에 국한되지 않고 성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근본적인 공용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영화 '엔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