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보보스족, 히피 vs 여피
입력 2013. 05.12. 16:31:13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기자] 개성 있는 스타일을 살리자니 품위가 떨어져 보이고 품위 입게 입어보자니 틀에 박힌 스타일이 되고 만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Breathless)’의 진 세버그(Jean Seberg)를 연상케 하는 심플한 티셔츠와 정장 핏의 플레어 팬츠를 매치한 채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는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정장 바지와 스니커즈가 공존했던 70년대의 세련된 파리지앵 스타일이 돌아온 것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보보스(Bobos)’의 여파 중 하나. 보보스는 부유층임에도 방랑과 자유를 원하는 보헤미안적 감각의 대도시 사람들을 일컫는다. 때문에 60년대 히피와 80년대 여피의 성향을 모두 지닌 그들의 패션 가치관은 조금 독특하다. 기존의 여피족처럼 과시적 이미지가 짙은 명품 브랜드 로고를 앞세우기보다는 품위를 잃지 않되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로고는 가린’ 히피 스타일을 추구한다. 이들은 고급스러움과 개성, 실용성과 아름다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욕심쟁이들이다. 물론 로고를 가린 자유로운 스타일을 ‘지향’했을 뿐, 로고를 완전히 ‘지양’한 것은 아니기에 그들의 소비 성향이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
캘빈 클라인, 도나 카란, 질 샌더 같은 미니멀리즘 디자이너의 선구자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전통에 얽매이지 않은 80년대 사람들에게 보보스 스타일을 전수한 대표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기존 정장의 딱딱함을 없애고 편안하게 몸에 감기는 핏을 만들려 했던 그의 스타일은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American Gigolo)’에서 리차드 기어의 남부 유럽 스타일 수트 차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도 어색함 없이 멋있다는 감탄사를 일으키는 리차드 기어의 수트 차림은 한 시대의 유행을 선도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위력을 느끼게 한다.
2004년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이 남긴 ‘신패션’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있다. 당시의 조인성 패션이 대표적인 보보스 스타일. ‘정장에 스니커즈’, ‘정장에 백팩’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그의 스타일이 조인성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것은 물론, 쓰리피스 수트에 발리 슈즈나 프라다 가방을 매치한 정장 스타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얼마 전 종영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도 그는 ‘정장에 롱 카디건’, ‘정장에 서스펜더’라는 파격적인 보보스 룩을 선보이며 뭇 남성들의 서스펜더 착용 욕구를 자극했다고. 명불허전 조인성임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한 세대를 풍미한 용어들은 그 단어로 사회 전반적인 문화와 패션 모든 것을 담아낸다. 60년대 히피들에게 자유가 중요한 이슈였던 만큼 80년대 여피들에게는 아르마니 수트와 롤렉스 시계의 매치 방법이 세기의 관심사였다. 이런 히피와 여피의 장점을 한 데로 모아 개성과 품위를 모두 소유한 보보스족. 이제는 자신만을 위한 소비가 아닌 사회를 위한 기여도 해보는 것이 21세기형 보보스족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지.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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