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일수록 의심해라! [화장품의 진실 ②]
- 입력 2013. 05.13. 08:28:40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패션, 뷰티 시장만큼 유행이 빠르게 돌아가는 산업이 또 있을까? 패션계는 1년에 2번, 많으면 4번씩 거대한 규모의 패션쇼를 진행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다. 뷰티쪽도 뒤지지 않고 매년 혹은 계절마다 트렌드를 제시하며 무수히 많은 신제품을 쏟아낸다. 빠른 것은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 패션의 빠른 트렌드는 깊이 들어가면 환경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논란이 되고 있다. 뷰티쪽은 어떨까?사람의 피부를 근본적으로 연구하려면 유전학적으로는 고인류 시대까지, 생활 습관으로 구분한다 하더라도 근대 역사까지는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화장품 브랜드들은 한 달에도 몇 개씩 신제품을 내놓으며 마치 이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 피부에 당장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광고한다. 우리 피부가 수시로 바뀌는 것일까 아니면 화장품 업계에서 매일매일 혁신적인 기술과 성분을 발견하는 것인가?
신제품 대부분이 새로운 성분이나 기술로 나오기보다는 ‘트렌드’에 맞춰져 있다. 화장품 회사에서는 먼저 잘 팔릴 만한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 실제로 여러 협회나 세미나에서 유행할만한 트렌드나 원료를 파악하고 그에 맞춘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트렌드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충분한 연구 기간을 가질 수 없다. 기존의 제품에 트렌드에 부합하는 홍보를 가능케 해주는 성분이나 기술을 미미하게 곁들여 새로운 제품이라고 내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성분표의 가장 끝부분에 위치한 미미한 함유율에도 불구하고 그 제품을 대표하는 무엇인 양 홍보되곤 한다.
예를 들면 최근의 뷰티 업계는 원초적인 무엇에 빠져있다. 화산, 빙하, 알래스카, 아프리카 등. 이는 화산, 빙하에서 갑자기 피부에 뛰어난 엄청난 성분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라 웰빙 트렌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원초적인 것에 대한 향수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화산에 대한 제품 중 하나는 모공 수축 효과로 매우 유명한데 발랐을 때 피부가 조이는 느낌을 받는 것은 화산 성분보다는 에탄올 때문일 확률이 높다. 물론 화산에서 나온 성분이 약알칼리성을 띄어 피지 흡착력을 지닐 수 있고 중금속 탈취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화장품에서 이같은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이다. 다른 성분들도 비슷한 원리이며 이들이 새로운 성분을 발견한 듯 ‘특허’를 외치는 것은 이 성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상표 자체에 대한 특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앞서 말했듯 충분한 연구 기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 나온 이 성분들이 피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 한 때 고급 성분으로 주목받았던 사향 화합물은 세포 물질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 외국에서는 모유수유 중 산모는 주의하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고, 인기를 끌었던 식물성 오일 성분도 성분에 따라 오히려 독성이 있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때는 원초적, 자연적인 것인 아니라 줄기세포, 나노 등 과학 기술의 유행이, 피부 속까지 다스려준다는 한방 화장품의 유행이 있기도 했었다. 그 제품들이 광고에서처럼 피부에 혁신적인 효과를 가져다줬다면 지금의 자연주의 트렌드에 밀리지 않고 계속해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이는 지금의 신제품 또한 대단하지 않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혹시 신제품 중 옥석을 가려내는 방법으로 매거진을 선택한다면 여기에도 의심을 해봐야 한다. 매달 화장품 브랜드에서 한 매거진에 보내는 신제품은 2~3박스가 나올 정도로 많다. 신제품 소개 코너를 위해 에디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브랜드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를 읽고 그중에 더욱 흥미로운 것, 더욱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화장품의 역사가 깊고 화장품 선진국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가보면 향수와 메이크업 제품이 80~90% 정도 차지한다. 또 신제품보다는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 시그니처 아이템에 대한 마케팅에 힘쓰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들은 화장품에서 새로운 것보다 성분과 효과를 중요시하며 오랫동안 사랑받은 화장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안 좋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얼마 뒤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신제품을 위해 계속해서 비용을 치르기보다는 자신의 피부에 잘 맞는 제품을 발견해 오랫동안 쓰는 게 훨씬 안전한 방법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