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야바위다!” [패션 뒷담화②]
입력 2013. 05.13. 09:55:38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패션시장은 항상 이해할 수 없는 가격, 즉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불황의 고비마다 쟁점으로 부상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풀이된다. 이 때마다 업계는 원부자재의 차이, 패턴의 기술, 디자이너의 역량 등을 내세워 고가에 대한 합당한 이유와 명분을 제시해왔다.
그런데 실제 패션을 직업으로 하는 관계자들은 정가 구매보다는 인맥을 통한 직원할인이나 직원 또는 기자와 같은 일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패밀리 세일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원가를 뻔히 아는데 어떻게 제 가격을 다 주고 사”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의 말 속에 담긴 진의가 뭘까.
“원가를 뻔히 아는데”라는 표현에는 ‘패션이 야바위’라는 의미가 깔려있다. .
EBS 다큐멘터리 ‘자본주의는 무엇인가’에서 미국 공공은행대표이자 ‘달러’ 저자이기도 한 엘렌브라운은 “은행이 하는 것은 야바위(shell game)다”라고 말하며 합법화된 협잡으로서 자본주의 금융을 정의했다.
야바위꾼의 눈속임을 알아채는 것은 쉽지 않다. 작정하고 속이려는 사람과 거래를 시작하게 되면 결국 상대의 전술에 말려들게 된다. 패션을 소비하는 일면 역시 그렇다.
‘스타일은 이미 개성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상징이 됐다’ 이 말에 세뇌 당한 대중은 소비를 하는데 있어서 극히 주관적 판단을 객관적 기준에 의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인생사도 그렇겠지만 소비자들은 자기가 가치 있다고 믿는 것을 구매할 뿐이다. 여기에 이의를 달을 수는 없겠지만 일부 감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해할 수 없는 고가를 붙이는 행위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이다.
옷 잘입는 패션 전문가들 상당수가 SPA나 동대문 시장에서도 물건을 구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패션시장에서 소비자가가 실제 가치보다 얼마나 높게 책정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소비자의 손에 상품이 쥐어지기까지는 원가에 광고, 홍보, 매장운영비 등 무수히 많은 비용이 부가되고 이렇게 책정된 소비자가는 매우 합당한 가격이 된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 최종 소비자가 합당한 가격이 이었다면, 왜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까?
불황으로 소비지수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여성복 업체 관계자들은 “누군가 가격을 내리면 우리도 가격대를 내리겠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이 같은 말이 한두 업체가 아니라 중고가 이상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관계자들이 모두 공감했지만 결국 어느 누구도 가격을 내리지는 못했다.
불황으로 진입하면서 눈에 띄게 감소한 매출로 여성복 브랜드들은 블랙 라벨, 레드 라벨 등 프리미엄 라인을 만들어 소비자가를 30% 수준 올렸다.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 등이 겹쳐지면서 프리미엄 라인의 가격대가 일반 제품의 평균가격대로 고착화되면서 로컬 브랜드임에도 아이템 하나 가격이 100만 원대를 넘는 상품이 브랜드 마다 흔하게 팔리고 있다.
가격 조정에 대한 필요성은 성장 논리의 함정에 빠진 기존 브랜드에서는 적용할 수 없었다. 결국 패션업체들은 불황과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기존 브랜드 가격대를 올리는 대신 중가 브랜드를 신규 론칭하는 방법을 선택했으며, 이는 SPA의 성장에 길을 터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패션이 야바위이기 때문에 정의롭지 못한 것은 아니다. 가격 논쟁에는 업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유통과의 관계도 끼어있고 이런 저런 요소들이 개입돼있다.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고가가 아닌 고가에 합당한 가치를 제안해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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