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티지 스타일’을 추구하는 ‘가짜’ 빈티지족들
- 입력 2013. 05.13. 15:17:45
-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정재형의 개화동 티셔츠를 연상케 하는 구멍 뚫린 티셔츠, 옷 끝이 닳아 실밥이 터져 나온 바지, 오래 입어 색이 바랜 원피스. 자칫 고물처럼 보일 수 있는 중고 의상들을 자유롭게 즐기던 ‘진짜’ 빈티지 마니아들이 사라져 간다.
한 빈티지 전문가는 빈티지를 ‘재활용 패션’과 ‘재생 패션’ 두 가지 범주로 분리했다. 과거의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오늘날의 패션 스타일링에 녹여낸 ‘재활용 패션’뿐만 아니라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컬렉션이나 정재형의 구멍 뚫린 발맹 티셔츠처럼 특정 시대의 스타일을 모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재생 패션’도 빈티지 문화의 일종이라고. 때문에 빈티지 문화는 중고 의상을 좋아하는 마니아들뿐 아니라 특정 시대의 패션을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재조명될 요소가 가득한 것은 분명하다.벼룩시장이 발달했던 유럽에서 처음 시작된 빈티지 문화가 90년대 말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더니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색이 변하거나 구겨진 옷들이 격식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 자유로운 영혼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한 것.
10여 년 전부터 한국에도 일본의 헌 옷을 자신의 옷과 믹스매치하거나 이태원, 종로, 압구정 일대의 빈티지 매장을 제 집처럼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심지어 각종 액세서리도 빈티지로 착용하면서 빈티지 패션의 범위를 나날이 넓혀갔다.
과거 빈티지 패션을 즐기던 사람들은 ‘싸니까’, ‘입기 편하니까’, ‘특이하니까’ 등의 이유로 남이 입던 중고라도 자신의 마음에만 들면 상관없다는 식의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뿌리까지 빈티지인 마니아층이 빈티지 문화에서 한발 물러선 지금, 새로운 빈티지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빈티지 ‘샤넬’에 대한 집착
여러 매체나 연예인들의 협찬을 통해 잘 알려진 압구정 빈티지 숍 J와 B매장에서는 명품이거나 또는 명품 로고가 박힌 빈티지 제품들, 독특한 디자인의 모자, 백 등을 취급하고 있다. B매장 같은 경우 하루 대여료만 해도 5~10여만원을 호가하며, 실제 제품 판매 가격은 60~1백여만원에 이르기까지 상상초월의 ‘부르는게 값’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그럼에도 사람들이 로고가 박힌 빈티지에 집착한다는 것.
고속터미널역에 위치한 대형 빈티지 숍 상황도 마찬가지. B, J 매장과는 다르게 조금 더 대중적인 빈티지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음에도 귀신같이 명품 로고를 찾아내는데 혈안이 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옷걸이를 가득 메운 버버리나 닥스 같은 고가 브랜드의 트렌치코트들이 젊은 여성들은 물론 지나가던 아저씨들의 발길도 돌리게 만든다. 이런 빈티지 트렌치코트 역시 단추가 하나 없거나 얼룩이 존재함에도 국내 저가 브랜드의 트렌치코트 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90년대 다양한 패션과 문화를 즐기던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빈티지 문화가 사그라지고 있는 요즘, 허례허식에 집착하는 가짜 빈티지 마니아들이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하지 못한 채 빈티지에 목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영화 '로얄 테넌바움'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