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의류시장 폭풍 성장, 디자이너 브랜드 런웨이로 진화 [패션다큐 ⑬]
입력 2013. 05.15. 13:18:13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글로벌 SPA 브랜드가 국내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기 이전부터 동대문은 기획, 생산, 판매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국내 SPA 본산이었다. 외국 유명 패션쇼가 끝나면 제품 출시까지 많게는 1년의 세월도 걸리지만, 동대문은 뒤돌아서면 사진과 함께 제품이 등장하는 마법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저가에 동반하는 낮은 품질과 현금 거래 그리고 환불의 불편함 등으로 국내 소비자들은 하나둘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H&M과 협업으로 기나긴 ‘베끼기 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칼 라거펠트를 시작으로 디자이너들이 SPA 브랜드와 ‘상생’을 택한 것처럼, 최근 비슷한 SPA 제품에 질린 소비자들이 하나둘 디자이너 브랜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동대문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최범석을 필두로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을 계속 탄생시키며 단순한 시장패션이라는 이미지도 바뀌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동대문 유어스빌딩 5층 패션아트홀에서 서울시와 동대문수출지원센터가 주최하는 ‘2013 동대문패션브랜드페어’가 시작됐다. 한때 진행돼 온 일대일 수주 상담회인 ‘미니바잉쇼’와 ‘서울패션큐브’ 등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에 힘입어, 우수 브랜드 전시 및 패션쇼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몇몇 패션관계자들은 수주실적이나 돈을 내고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들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진짜 실력 있는 디자이너를 선정해 힘을 실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동대문의 이런 변화에 대해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유재부 대변인은 "디자이너 역시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우리 소비자들의 구매 환경과 취향이 세계화됐기에 이제는 디자이너가 오히려 역으로 좇아간다는 분석이다.
유 대변인은 또 "예전 청담동 부티크가 40~50대 아주머니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지금 젊은 디자이너들은 또래인 20~30대를 생각하고 옷을 만든다"라며, "문제는 결국 가치로 귀결된다"라고 K-FASHION의 과제를 설명했다.
지난 3월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디자이너 서영수는 백화점 입점 실패 끝에 동대문에서 재기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서영수 디자이너는 "2000년대 후반 동대문에서는 백화점 입점 가격의 사 분의 일이면 가격으로 생산이 가능했다"라며, "그날 주문을 넣으면 밤에 옷이 나오는 동대문을 디자이너계의 블루오션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 백화점과 달리 현금으로 결제되고, 판매 후 입금하는 '두타'의 유통 시스템은, 스스로 수혜자라고 부를 만큼 그가 재기할 수 있었던 발판이었다.
그는 "동대문 주변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이들 역시 조금 귀찮고 당장 돈이 안 된다 하더라도, 다품종 소량 생산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앞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고, 한국이 패션 강국이 되는데도 큰몫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컬렉션에 참가한 디자이너 박병규 역시 IMF 이후 동대문에 터를 잡은 '동대문 터잡이' 가운데 한사람이다.
그는 "동대문에 있다 보니 시장의 매력을 많이 느꼈다"라며, "아직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여전히 큰 상권과 소비자의 폭 또한 넓음을 실감하고 있다"라고 전한다.
그러나 유통에서 구매와 반품 등의 복잡한 옛 거래방식은 여전히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어려운 부분임을 지적했다.
그는 또 "늘 문제가 되는 복제품의 경우, 많이 복제되는 상품들이 오히려 매장에서도 잘 나간다"라고 귀띔한다.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제품일수록 지속적인 판매로 연결된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엔저 현상으로 줄어든 일본관광객들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성장이 계속된다면 가격경쟁력과 품질을 가진 디자이너의 시대가 열릴 것 같다"라며, 앞으로 동대문을 더 축복해 주길 당부했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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