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인사는 망사? 만사?”
입력 2013. 05.16. 11:10:22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패션기업은 하드웨어로서 기간산업의 구조와 소프트웨어로서 디자인이 융합된 혁신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특성 때문에 패션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전혀 진화되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겹쳐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 진부함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도 하다.
천재적 두뇌와 시스템이 필요한 첨단디지털산업도, 그렇다고 개인의 창의성에 기댄 예술도 아니므로 디자인이든 경영이든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요구한다. 따라서 패션기업의 인사 문제는 다른 어떤 산업부문보다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로의 전환은 극히 이성적 기업의 감성적 인재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았으며 이를 통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반면 중견 및 중소패션 전문기업은 감성 인재가 대기업으로 옮겨가면서 위기를 맞았으며, 대기업이 흡수했던 인재들의 소속이 없어진 후에도 다시 이들을 수용할만한 재정적 시스템적 여력이 되지 않아 부족한 인재를 메우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보내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가 흔들리는 듯 보이는 시기를 틈타 중견 및 중소패션전문업체들의 적극적인 인적 인프라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자이너 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빈번한 들고 나감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를 통해 달라진 일면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의 행보 변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모 기업의 경우, 고위직 디자이너들을 디렉터가 아닌 임원으로 분류해 디렉터라는 개념 자체를 더욱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한 중견 패션기업의 인사 운영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전 오너와 임원이 상장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백화점 관계자들에게 주식 매입을 권고하는 등 물의를 일으켜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를 매입한 새로운 오너가 임원을 새롭게 영입해 재교육 등 직원들의 동기 부여에 자원을 쏟아 붇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패션전문업체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이미지보다 실적에 집중해왔는데 최근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면서 오너가 사업 전반에 관한 사항을 전적으로 일임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고 알려졌다. 이런 사례가 처음이 아니고 소위 장돌뱅이들이라고 불리는 패션 전문기업 오너의 속성을 고려할 때 믿을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회사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사업적 관계가 이전부터 형성돼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하루 이틀에 뒤집힐 수 없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견해이다.
몇몇 패션기업은 불황의 고비에서 기업 내 오너의 친인척들이 자금 운용과 관련한 문제를 일으켜 가족경영체제의 가장 전형적인 재무사고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패션기업 대부분은 전문경영인과 디렉터의 영입 및 영입 후 업무 범위 등을 방침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애를 먹는다. 원칙적으로는 전적인 신뢰와 전폭적인 지원을 원칙으로 해야 하나 패션기업 오너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기업은 오너의 의지와는 다른 시스템적인 문제점에 기인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디렉터들의 업무가 이성과 감성의 병행된 것인 만큼 수치화시킬 수 없는 만큼 관리가 쉽지 않은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최근 여타 정치적 사회적 문제와 마찬가지로 패션계 역시 “인사가 만사냐 망사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패션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인사 기용과 인사 등용 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이 모두가 조화롭게 돌아가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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