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진아씨’로 기억된 뷰티 아이콘, 황수정 [사진작가 김상근의 시간여행 (27)]
- 입력 2013. 05.16. 11:17:00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원조 ‘예진아씨’ 황수정을 기억하는가.
동그란 얼굴형과 선한 눈매, 도톰한 입술을 가진 그는 ‘참한 여자’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40년대 서양 복식사에 한 획을 그은 ‘뉴룩’을 연상시키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20대 초반의 황수정은 또래보다 성숙하고 우아한 미소를 과시한다.황수정은 세련되고 도도한 ‘스타’보다는 착하고 순진한 ‘시골 여자’에 가까운 역할을 주로 연기했다. 1994년 SBS 드라마 ‘해빙’ 속 북한여성을 시작으로 MBC 특집극 ‘칠갑산’(1995), MBC ‘아들의 여자’(1995년), SBS ‘연어가 돌아올 때’(1996년), SBS ‘장미의 눈물’(1997년) 등에서도 ‘천생 여자’다운 역할을 도맡았다.
특히 1999년 MBC 드라마 ‘허준’의 ‘예진아씨’는 황수정이라는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린 역할이다. 드라마 속에서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청순함과 지적인 이미지를 넘나들던 황수정의 모습은 당시 ‘만인의 연인’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 작품으로 하여금 그는 ‘1등 며느리감’, ‘단아한 여자’ 등의 수식어를 몰고 다니며 스타덤에 올랐고, 이듬해에 MBC 드라마 ‘엄마야 누냐야’에서 청각 장애인을 실감나게 연기해 소리 없는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그가 ‘1등 며느리감’에서 추락한 것은 드라마가 끝난 지 채 2년이 되지 않아서다. 그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최음제 복용과 간통 등의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 이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황수정은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5년 동안 잠적했던 황수정은 뜻밖에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로 돌아왔다. 2007년 제작된 영화 ‘낮과 밤’에서 그는 이전의 단아하고 청순했던 이미지를 버리고 당당하고 솔직한 여자를 연기했다. 이후 ‘사이에서’, ‘여의도’ 등 작품성 있는 영화를 통해 진정성 있는 연기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는 그다.
꾸준한 활동에 비해 아직 과거의 인기를 회복하지 못했지만 외모만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는데, 전성기였던 20대 후반과 40대가 된 지금의 모습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탓일까. 황수정의 패션은 튀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시선을 집중시키는 ‘조용한 힘’이 있다.
특히 블랙과 베이지, 화이트 등의 모노톤은 그의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격상시켜주는데, 공식석상에서 역시 미니멀한 디자인의 블랙 원피스나 베이지 블라우스를 자주 착용하는 편이다. 하의 역시 바지보다는 H라인의 미디스커트로 단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황수정. 그가 한 때 국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준 스타일지는 몰라도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뷰티 아이콘’인 것은 분명하다.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사진작가 김상근, 영화 ‘여의도’, 뉴시스, 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