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는 왜 ‘드럭스토어’ 천국이 됐나?
입력 2013. 05.17. 11:13:33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인디밴드와 서브컬처, 클럽문화가 가득한 홍익대학교(이하 홍대) 부근이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다.
빈티지나 보세 의상으로 가득하던 피카소 거리를 제외하고 편집숍과 대형 SPA 브랜드가 연이어 매장을 오픈한데 이어 뷰티숍 마저 대기업화, 대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에 위치한 패션-뷰티 주요 상권 중 하나인 홍대 부근에는 최근 드럭스토어 매장이 유독 여러 곳 오픈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GS 왓슨스는 홍대부근 드럭스토어의 터주대감으로 불리고 있을 만큼 오래된 곳이다. 홍대에 2003년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한 CJ 올리브영도 마찬가지.
올리브영은 홍대에만 무려 3곳의 매장을 열였다. 1999년 국내에 처음으로 드럭스토어의 개념을 끌고 온 올리브영은 현재 약국 기능을 거의 없다시피 줄여서 드럭스토어가 아닌 뷰티&헬스 스토어를 표방하고 있다. 대신 매장에서 커피와 탄산음료 등 건강 콘셉트와 관계없는 일반 음료와 과자류를 판매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대 3곳의 올리브영 중 한 매장 앞에 자리 잡은 농심 메가마트에서 내놓은 판도라는 그나마 약국과 함께하며 드럭스토어의 역할을 하며 경쟁 중이다. 반대로 삼양 제넥스에서 선보인 어바웃미는 최근 홍대입구역의 또 다른 출구 부근에 매장을 오픈하며 올리브영처럼 철저히 뷰티&헬스 스토어를 표방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 어바웃미 바로 옆에는 현재 롯데에서 선보일 예정인 롭스 매장이 공사 중이다. 롯데는 그동안의 유통업 노하우를 살려 홍대 뿐만 아니라 100개까지 점포를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대점은 롯데가 야심차게 준비한 1호점 매장으로, 이곳 역시 약국 기능은 뺄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좀 더 일찌감치 대기업 드럭스토어 시장에 합류했다. 홍대 클럽이 즐비한 거리에 분스 매장을 오픈했다. 이곳은 강남이나 명동 매장과 달리 30~1시간 더 늦게까지 영업을 한다. 업계는 밤 늦게까지 줄서서 기다리는 유명 클럽 옆에 위치하다보니 매출을 의식해 영업시간을 조절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체 상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가장 눈여겨 볼만하다. 이마트 측은 추가 매장 오픈 없이 홍대와 같은 상권을 집중 분석해 안테나숍으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라 밝혔다.
지역적 개성이 뚜렷해 대기업 유통업체들도 가장 두려워 한다는 홍대에서 ‘드럭스토어’ 만큼은 예외로 참 많이 생기고 있다. 드럭스토어 및 아니 헬스&뷰티 매장들이 이처럼 홍대 상권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대부분 홍대 부근을 중요 뷰티 요충지로 파악하고 있다. 명동이나 강남, 가로수길보다 매출이 월등히 좋은 편은 아니지만 젊은 층이 많아 트렌드를 빨리 파악할 수 있는 지점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홍대 인근 매장에서는 딱히 반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곳곳에서는 홍대라는 지역적 특성을 무시한채 대기업화 된 드럭스토어들이 생기고 있다 보니 상권 자체가 명동이나 강남과 흡사한 상권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을 함께 판매하는 드럭스토어 매장이 상당수 약국 기능을 축소한 채 뷰티와 헬스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단순히 ‘대기업 화장품 매장’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재 미국은 약국을 포함한 슈퍼마켓의 의미가 더 크고, 일본과 홍콩은 편의점처럼 흔히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되어 있는 상태지만 현재 한국은 화장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통업체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런 매장들이 홍대에서 아직 한창 확장중임에도 불구, 벌써부터 인근에 기존에 위치했던 화장품 판매점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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